- 용의자 지목 이 씨는 O형 확인
- 과거 기술 한계 탓 오류 가능성
- 이 씨 본적지서 2·6차 사건 발생
‘DNA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모(56) 씨의 DNA는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 증거품에서 나온 것과 일치했다. 경찰이 이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이유다. 그러나 이 씨의 혈액형이 사건 수사 당시 경찰이 밝힌 범인의 혈액형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혼선이 인다. 이런 차이는 이 사건이 33년간 해결되지 못한 채 장기 미제로 남은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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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DNA 분석 결과 이모(56)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특정한 용의자 이 씨의 혈액형은 O형이다. 이 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살해·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이 씨의 혈액형은 처제 살해사건의 2심 판결문에 적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씨가 처제를 살해한 장소가 어디인지를 판단하는 부분에서 “피해자의 사체가 있던 현장에서 수거된 모발 중 이 씨의 혈액형과 같은 O형의 두모 2점, 음모 1점이 수거됐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그러나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추정한 범인의 혈액형은 O형이 아닌 B형이었다. 경찰은 10차례 사건 가운데 4·5·9·10차 사건의 증거품에서 나온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감정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범인의 혈액형이 B형이라고 제시된 사건 중 5·9차 사건은 경찰이 이번에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DNA는 일치하는데 혈액형은 다른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는 화성 연쇄살인사건 발생 당시 우리나라 과학수사 기술이 모자라 혈액형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과학수사가 부실했던 상황은 이 사건이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로 남았던 것과도 연관된다.
그러나 경찰이 이 씨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데는 DNA가 일치하는데도 혈액형이 다른 데서 오는 당혹감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씨가 진범이 맞느냐”는 의문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럼에도 DNA 외에 이 씨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정황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씨의 본적이 1986년과 1987년 2차, 6차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 씨와 연쇄살인사건 발생 장소와의 관계성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