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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빈곤 <4> 가난의 그늘 ③의료빈곤

생계급여로는 턱 없는 의료비 … 간병 하느라 소득 단절 악순환

  • 하송이 박호걸 기자
  •  |   입력 : 2019-09-23 19:13:5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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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비 지원 신청한 빈곤 아동
- 연평균 2476만 원 치료비 지출
- 외래 진료비·입원비 감면받지만
- 난치성 질환 수술 등 자부담 커

- 서울 오가며 드는 교통·숙박비
- 입원 중 부대비용 만만치않아
- 한부모가정일 경우 수입 없어
- 제때 검사·치료 못하고 방임도

은경이(가명·17)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다. 2년 전 이유 없이 배가 부풀어 올라 병원에 실려갔던 그날을 은경이도, 엄마도 아직 잊지 못한다. 원래 허약체질이어서 이전에도 한 번씩 아프긴 했었지만 으레 하는 병치레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누구도 은경이가 큰 병에 걸렸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런 은경이 가족에게 백혈병 진단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확진을 받은 이후 은경이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에 가야하는데, 면역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버스나 도시철도 등 사람이 많은 대중교통은 이용할 엄두도 못 낸다. 매번 부산 사하구 집에서 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오가다 보니 하루 교통비만 8만 원쯤 든다. 여기에 멸균수 구입, 공기청정기 대여 등 멸균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부모가정인 은경이네에는 버겁기만 하다. 은경이 엄마와 아빠는 10년 전부터 별거를 하다 2년 전 이혼했다. 아빠는 10여 년 전 사업에 실패해 8억 원이 넘는 빚을 졌다. 일은 하고 있지만 한 달 수입은 100만 원 남짓에 불과해 정기적인 생활비나 양육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엄마는 은경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이마저도 은경이가 쓰러진 이후엔 그만둬야 했다.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를 신청했지만 엄마의 근로능력이 인정돼 수급비는 한 달 5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그래도 발병 몇 달 후부터는 의료급여 대상자로 지정돼 병원비 지원을 받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은경이 엄마(43)는 “아픈 아이를 돌봐야 하니 일을 할 수가 없어 생계 유지도 어렵다. 수입은 100만 원도 안 되는데 치료에 드는 비용만 해도 100만 원이 넘으니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감당 못 할 병원비, 부담스러운 부대비용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과부담 의료비는 빈곤 아동 가구를 더욱 가난으로 몰아넣는 요인이 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17년 수행한 ‘아동가구 의료비 과부담 실태분석’에서 어린이재단에 의료비 지원을 신청한 2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들의 연 평균 의료비지출은 2476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중 148명이 의료급여(1,2종 모두 포함) 대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병원비가 1032만 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148명 중 절반 가까이(49.3%)가 의료급여의 문제점으로 “혜택의 범위가 좁아 본인 부담금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의료급여 대상자는 외래진료비와 입원비 등을 감면 혹은 면제받지만, 수술의 경우 일부를 자가 부담해야 한다. 특히 법정 희소 난치성 질환이나 중증질환에 포함되지 않으면 그 혜택이 더욱 줄어든다.

직접적인 치료비 이외에 드는 부대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병원 등을 오가는 데 드는 교통비, 거즈나 튜브 같은 의료비품 구입비를 마련하지 못해 도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아동가구 의료비 과부담 실태분석’을 보면 의료비 지출 항목 중 입원 병원비를 제외하고는 교통비 숙박비를 포함한 부대비가 348만 원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선천적 피부계통 난치성 질환을 앓는 진화(가명·17)도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 진화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벗겨지는 살갗 탓에 매일 많은 양의 거즈와 밴드가 필요하다. 특히 일반 밴드는 붙였다 떼어내기만 해도 살갗이 함께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화상 환자용 특수밴드를 사용해야 한다. 증상이 심할 때에는 일주일에만 100만 원이 넘는 재료비가 든다. 진화의 부모는 작은 식당을 운영 중이지만 한달 순수입이 250만 원 남짓에 불과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김정은 대리는 “의료급여 대상자 중에선 부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산백병원 사회사업실 박병희 실장은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오갈 때면 교통비에다 숙박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기저귀 물티슈 영양제 비용조차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될 때도 있다”며 “한 달에 10만~20만 원이라고 하면 별로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0만 원 남짓한 생계급여로 한 달을 생활하는 저소득 가정에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질병은 빈곤 악순환의 시작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그 의료비는 온 가족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치료로 지출은 갈수록 느는데, 수입은 되레 줄어든다는 점이다. 특히 미성년자인 아동이 환자일 경우엔 부모 중 한 명이 반드시 간병에 매달려야 해 대부분이 소득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은경이네처럼 한부모가정이면 수입이 곧바로 ‘0’이 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이 같은 이유로 원래는 저소득 가정이 아니었더라도 아이의 발병 이후 빈곤 가정이 되고, 원래 저소득층이었던 가정은 더는 스스로 헤어나오기 힘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경민(가명·13)네도 이런 사례다. 근이영양증을 앓는 경민이는 혼자서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화장실에 가더라도, 밥을 먹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엄마는 근로능력이 있지만 이런 경민이를 돌봐야 해 일을 할 수 없다. 경민이 모자는 80만 원 남짓한 기초생활 수급비로 생활한다. 이걸 쪼개 생활비에 쓰고 경민이 등하굣길 두리발 비용(12만 원)도 감당해야 한다. 두리발 비용은 경민이네 전체 수입의 15%에 달한다. 경민이 엄마는 “경민이 아빠와는 이혼했고, 경제적 도움도 받지 않지만 아이 부양자로 되어 있어 기초생활수급비조차도 깎였다”며 “돈을 벌고 싶어도 아이를 두고 나갈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아픈 아이와 엄마는 병원에, 나머지 가족은 집에 있는 이중 생활로 생계비가 두 배로 들어간다. 더군다나 한 명의 노동력이 줄어드니 원래는 차상위계층 정도였다가도 아이가 아프면 더 빈곤한 상황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증질환만 문제가 아니다

빈곤 가정 아동이 겪는 의료빈곤은 당장 수술이나 치료가 급한 중증 질환 아동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무관심과 방임, 혹은 당장 급한 생계유지에 우선순위가 밀려 가벼운 질병일지라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구에 사는 지윤(가명·10)네가 그렇다. 지윤이 동생(8)은 태어나면서 두개골유합증 진단을 받아 생후 6개월 만에 머리 척추 등 대수술을 두 차례나 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그 후유증 때문에 덩치도 지능도 아직 5살쯤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6개월에 한 번씩 MRI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최근 3~4년 동안엔 제때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아빠의 사업 실패 후 지윤이네 가족은 당장 먹고살기도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지윤이 엄마(40)는 “집도 차도 모두 압류되었고, 긴급 생활비를 지원받아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병원비가 부담돼 제때 검사를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8년 아동 구강 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상태에 따라 구강건강 수준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12세를 대상으로 주관적 경제상태에 따른 구강건강상태를 조사했더니 영구치우식유병자율의 경우 경제상태가 ‘상’이라고 답한 아동은 6.0%인 것에 비해 ‘하’라고 답한 아동은 9.6%였다. 1인 평균 우식경험영구치 역시 ‘상’은 1.75개였으나 ‘하’는 2.04개였다.

구강건강의식분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최근 1년간 미충족 치료 필요율을 보면 경제상태가 ‘상’은 12.4%였으나 ‘하’는 25.3%나 됐다. 이는 경제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치과 진료가 늦었거나 치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칫솔질이나 간식 섭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 기획: 국제신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 후원: (주)경성리츠 올집

※ 동영상 유튜브 ‘비디토리’ 검색. 후원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051)505-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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