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위원, 버스조합이 돈 대는
- 공짜 해외연수 다녀와 물의
- 재판부, 배임 혐의 등 벌금형
- 시 “부실한 준공영제 운영 개혁”
부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투명하게 운용하기 위해 구성된 ‘수입금 공동 관리위원회’에서 내부 비리가 적발됐다. 버스업체 측에 유리한 심의·의결을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위원들 간 대가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 혈세가 또다시 낭비됐다는 비판과 함께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혁을 앞두고 위원회에 대한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성호)는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A 이사장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배임수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B 교수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A 이사장과 B 교수는 둘 다 수입금 공동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수입금 공동 관리위원회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핵심인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고, 수입금 집계·배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버스사업자에 지급할 표준운송원가 대비 수입금이 부족하면 시가 그 부족분을 재정 지원금으로 보전해주는 만큼, 버스사업자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이사장은 2015년 10월 28일부터 8일간 버스조합이 주관하는 ‘유럽 3개국 경영진 해외연수’에 B 교수를 데려가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하고, 항공료 숙박료 식비 체류비 등 경비 562만 원을 대납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A 이사장이 B 교수에게 위원회 사무와 관련해 버스조합 및 업체에 유리하게 심의·의결해 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A 이사장과 B 교수는 청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명 모두 위원회 업무와 상당한 관련이 있고, 여행 경비 대납은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A 이사장은 아직도 수입금 공동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B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해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금 공동 관리위원회가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부실한 준공영제 운용으로 시의 재정 지원금이 급증하는 등 “혈세가 줄줄 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데다, 핵심 기구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 시는 시내버스 수입금과 관련해 지도·감독만 할 수 있을 뿐 감사 권한이 없다. 위원회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부정행위가 한 번만 적발돼도 ‘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하고, 세 번 적발되면 아예 준공영제에서 퇴출하는 등 고강도 개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