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던 때를 모두 기억할 겁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구제역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병입니다. 치사율이 100%인 이 병을 초기에 잡지 못하면 국산 돼지는 씨가 마를지도 모릅니다.”
26일 이재식(사진) 부경양돈농협 조합장은 이렇게 경고했다. 부경양돈농협은 전국에서 가장 큰 소·돼지 도축장을 운영하는 조합이다. 이 조합장은 “2011년 구제역 때 돼지 347만 마리를 살처분했는데, 다시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안타깝다. 아직 발병 원인이 된 농장을 찾지도 못하고 관계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니 밤잠을 이루지 못하겠다”고 탄식했다.
이 조합장은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ASF 바이러스는 돼지와 돼지 분뇨 혹은 사람과의 접촉으로 전염되므로 공기 중으로 전염되는 구제역보다 전파 경로가 단순한데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간 정부에 잔반 투여를 금지하고, 멧돼지 침범 방지 울타리 설치를 지원해달라는 건의를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공항세관에서 여행객 수화물을 검사한 결과 일부 만두, 소시지 등 음식물에서 각종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는데, 돼지 사료로 준 잔반에 이런 바이러스가 섞이면서 문제를 키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1000만 원만 지원해 울타리가 꼭 필요한 농가에 설치하게 하면 멧돼지에 의한 전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ASF가 유행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구제역 파동 때 방역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시·도 양돈협회, 양돈 종사자로 구성된 방제대책본부를 운영해 방어전략을 짜야 한다는 게 이 조합장의 주장이다. 이 조합장은 “ASF는 백신이 없어서 2, 3년 활개 칠지도 모른다. 정부가 국산 돼지를 지키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방제에 총력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