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 작가·패션업 접고 귀어
- 거제 바다 체험프로그램 갖춘
- 여행사 ‘아이 러브 거제’ 운영
- ‘마을 소원’ 시내버스 운행 실현
- 해양쓰레기 치우고 벽화 조성
- ‘마을 브랜드화’해 방송 소개도
-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공모하고
- 한 달 살기 체류형 프로젝트 준비
- “풍요로운 마을 만들기가 목표”
경남 거제의 수많은 포구 중 어머니 품 같은 아늑함을 안겨주는 포구로 이름난 일운면 옥화마을(옥림마을). 한때 부산을 오가던 여객선이 정박해 활황을 이뤘던 장승포항 아래에 있는 조그맣고 아름다운 포구다. 이 옥화마을의 홍수명(56)이장은 미대 출신의 첫 외지인 이장이라는 이색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이장이면서 체험 관광을 위주로 하는 ‘아이 러브 거제’라는 관광업 대표까지 1인 2역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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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대 출신인 홍수명 이장이 마을 담벼락에 자신이 그린 문어 벽화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부산 혜광고 출신인 그는 서울에서 미대를 나와 전업 작가로 그림을 그리다가 강남에서 패션 관련 일을 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뜻하게 않은 인생의 굴곡을 겪으며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홀연 귀어했다. 낚시가 취미여서 거제 바다를 자주 찾던 그는 2011년 아예 이 마을에 정착했다. 둥그런 형태의 포구가 너무나 편안함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거제 바다 체험 여행사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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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명 이장이 아이 러브 거제를 찾은 외국인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정착 후 그는 거제 바다를 즐기는 방법이 ‘보는 관광’에 그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즐기고 체험하는 관광’으로 바꾸려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15년 ‘아이 러브 거제’를 열었다. 그는 “이왕 정착한 김에 거제 바다를 제대로 알리는 데 열정을 바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과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차별화를 뒀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귀어 후에 전문 낚시꾼을 상대로 낚싯배를 운영하는데 그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했다. 거제에 관광 온 가족이나 어린이 등을 주대상으로 선상낚시 체험을 시작했다.
그가 내건 슬로건은 ‘몸만 오세요’. 낚시 장비와 미끼는 물론 멀미약 등 낚시 체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마을 앞 지심도(동백섬)를 비롯한 인근 바다는 어족자원이 풍부해 초보자도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을 앞바다를 이용한 수상레저 스포츠와 산약 사륜 바이크 등 낚시 외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마을 주민과 대소사를 함께 했다. 포구로 떠밀려 온 해양쓰레기 치우기에는 늘 솔선수범했다.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에 2016년 마을 주민의 권유로 이장에 나섰다.
■이장 당선 후 마을 상전벽해
결과는 1표 차이로 당선. 마을에 정착한 지 5년 만에 외지인이 이장을 맡게 된 것이다. 1표 차로 당선된 탓에 혹여 마을 민심이 분열되지는 않을까,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이장 선거에 나서면서 1번 공약으로 내건 시내버스 운행은 1년 만에 실현됐다. 쉴 새 없이 시청을 방문하고 건의한 노력의 결과였다. 마을 어르신들이 매우 좋아했다.
미대 출신답게 자신의 사비를 들여 우중충했던 담벼락에 문어 등 벽화를 그려 넣으며 마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포구 물양장에 어지럽게 나뒹구는 어구와 기자재 등은 파란색 컨테이너를 나열해 예술작품처럼 깔끔하게 정리했다.
마을 브랜드도 만들었다. 앞바다가 문어 집산지인 관계로 ‘문어 마을 옥화’로 정하고 마을 알리기에도 나섰다. 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그의 이런 노력 덕에 지상파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마을 인지도는 점차 쌓여갔다.
최근에는 마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20억 원 규모의 ‘2020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도 공모했다. ‘동백으로 가꾸고 문어로 성장하는 어촌 옥화’를 주제로 동백 테마로와 문어 축제광장, 문어 빵 가공판매소, 해수 족욕 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공모 사업은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마을 앞 동방파제를 설치해 천혜의 포구를 보다 견실하게 보호하고 관할구역에 있는 지심도를 관광명소로 조성하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체류형 힐링캠프 조성 꿈
여기에 자신의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아이 러브 거제’의 주력 상품으로 선상낚시, 해산물 바비큐, 1박 숙소, 조식까지 제공하는 ‘힐링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가족모임이나 워크숍에 제격이라는 소문이 나 예약이 제법 많아졌다. 외국인도 즐겨 찾을 정도다.
초보 낚시객들이 바다 위에서 손맛을 느끼고,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로 회를 뜨거나, 문어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로 바비큐를 즐기고, 밤바다를 힐링하며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 해산물 조식까지 해결한다.
럭셔리한 상품보다는 거제 바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 그는 옥화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세상살이 근심 걱정을 잊고 여유와 휴식을 찾길 권한다. 이 마을을 우리나라 최고의 힐링·치유 마을로 가꿔나가겠다는 포부다. 꿈 많은 예술가가 모여 사는 아트빌리지 조성도 잊지 않고 있다. 한 달 이상 옥화마을에서 오래 머물기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그는 “거제는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과 즐길 거리, 먹거리가 있는데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옥화마을을 반드시 장기 체류형 힐링캠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