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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2 <6> 정체 밝혀지지 않은 인물들

항쟁 한 축 경남대·동아대 시위마저 구체적 정황 기록 빈약

  • 임동우 신심범 기자
  •  |   입력 : 2019-10-01 19:41:4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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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대학 시위 참여했나

- 경남대 준비 인물은 알려졌지만
- 실제 실행 옮긴 이들은 미궁 속
- 법정대 소속이란 소문만 전해져
- 동아대 호국단 시위 모의도
- 객관적 증거 없이 ‘설’만 남아

# 국가기관 기록에만 남은 정황

- 계엄사 일지 속 ‘서면 시위’
- 1만5000명 모였다는 기록 불구
- 당시 증언하는 시민 목소리 없어
- 침묵시위 진행했던 부산여대
- 주도자 등 핵심 내용 안 알려져

부산 마산의 시민이 유신 독재에 맞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전 국민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항쟁 소식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고, 충격은 곧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국토가 항쟁의 여진으로 꿈틀거렸다. 부마항쟁을 기점으로 유신정권을 끝내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시위 한 번 하려면 목숨을 거는 각오가 필요했던 시절이다. 부마민주항쟁은 국민 모두에게 ‘결단’의 용기를 심어준 ‘대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충격을 뒷받침해줄 기록은 국가기관이 작성한 1, 2장짜리 ‘상황 보고’에 그친다. 당시를 기억하고 증언하는 이도 여전히 드물다. 부산과 마산의 사건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

■모의·실행 세력 달랐던 경남대 시위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계엄군이 옛 부산시청 앞에 탱크와 병력을 주둔시켜 놓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제공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 시위를 통해 시작됐다. 하지만 18일과 19일 마산과 창원에서 전개된 시위 또한 부마민주항쟁을 이루는 중요한 축 중 하나다. 그런데도 경남대 시위가 어떻게 준비되고, 전개됐는지는 지금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마산과 창원에서 전개된 시위는 당시 경남대 재학생이던 최갑순, 옥정애, 정인권 씨 등이 준비했다. 옥 씨는 “1979년 초부터 경남대에서 시위를 일으키고자 부지런히 움직였다. 각 단과대학 학생회·지하 서클·시민사회·종교계와 꾸준히 접촉해 10월 22일 시위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의 눈을 피해야 했다. 당시 학교에 상주하던 형사에게 “정부가 경남대를 종합대학교로 승격시켜주기로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아 학내 시위를 열겠다”고 알리고 시위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10월 18일 부산대 시위 소식과 함께 휴교령이 내려지면서부터 최 씨 등이 세운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이들의 시위 준비는 과정은 구체적인 시점까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남대 내에서 시위를 함께 논의한 그룹의 구성과 역할은 모호하다. 최 씨와 옥 씨는 본격적인 시위가 발발하면 상남성당 수녀원으로 몸을 피할 계획이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이들이 시위의 본격적인 시행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경남대 이은진(사회학과) 명예교수는 “1979년 경남대에는 2개 그룹이 부산항쟁 이전부터 6, 7차례 모여 시위를 준비하고 계획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직접 시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라며 “시위를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시행한 ‘제3의 그룹’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법정대 학생회 간부와 시민단체, 종교계 인사가 ‘제3의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위를 준비하며 법정대, 정경대 선후배와 접촉했다. 학내 문제로 시위를 열었을 때 이들이 시위 방향을 유신과 독재 타도로 전환하기로 논의했다”며 “다수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 YMCA, 가톨릭계와 역할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동아대 학도호국단 시위 모의설

항쟁의 발원지 부산에서도 정황이 불분명한 기억이 존재한다. 특히 ‘동아대 학도호국단 시위 모의설’과 ‘부산여대 침묵시위’, ‘서면 집회’는 규명이 필요하다.

학도호국단은 총학생회가 생기기 전에 있던 학생 단체다. 유신정권 당시 학생의 군사훈련 등을 담당해 ‘학생 어용 조직’으로 평가받았다. 어용 단체가 반정부 투쟁을 모의했다는 점은 선뜻 믿기 힘들다. 그러나 동아대 학도호국단이 ‘거사’를 준비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문제는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1979년 4월 당시 문교부는 부산·경남지역 학도호국단의 간부를 대만으로 연수를 보냈다. 이 자리에서 만난 각 학교 학도호국단 간부들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화여대 학생이 부산대에 가위가 든 소포를 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신 정권 아래에서 집회도 한번 못 할 거면, 차라리 ‘자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동관 부마민주항쟁동지회 부회장은 “당시 동아대 학도호국단 사단장이던 이용수 씨가 동아대에도 같은 소포가 왔다고 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위를 논의하고 10월 24일을 거사 일로 잡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24일 시위는 예정대로 열릴 수 없었다. 하루 전 열렸던 부산대 시위 소식이 전해지면서 17일 아침 동아대도 시위에 들어갔기 대문이다. 학도호국단 간부들은 동아대 학생을 최대한 많이 동원해 부산대와 힘을 합치기 위해 분주했다고 한다. 세간에서는 학도호국단이 시위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권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어 이용수 씨가 동아대 시위를 주도하지 않은 것처럼 조서를 꾸몄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 씨가 이미 고인이 된 탓이다. 이 부회장은 “이용수 씨가 살아 있었다면 당시 학도호국단의 움직임을 증언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서면 시위’와 ‘부산여대 침묵시위’

1979년 10월 18일 부산 서면에서 있었던 시위에 대한 시민의 기억은 명확하지 않다. 1981년 육군본부가 만든 ‘계엄사’의 주요 일지를 보면 그날 오후 8시45분께 부산 서면에서 1만5000명이 운집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짧은 기록이 등장한다. 18일은 부산에 계엄령이 선포된 날이다. 만약 기록이 사실이라면, 계엄군이 부산에 주둔한 상황에서도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총칼에 맞서 거리에 모였다는 말이 된다. 기무사령부의 ‘학생소요사태일지’에는 이날 밤 9시30분 서면 교차로에서 약 700명이 해병대와 대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501보안대는 ‘계엄 소요 사태 보고’에서 “서면 태화극장 지하도 부근에 평시 왕래 인원이 1만2000명이나 현재 3만여 명이 왕래하고 있어 군경이 주시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시민의 목소리와 기록은 드물다. 정황도 구체적이지 않다. 당시 부산대 학생이던 안영대 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날 옛 서면 교차로 기념탑 주위로 해병대 계엄군이 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시민은 차도를 점령한 채 길을 막아선 군인에게 불만을 토로했고, 이에 움찔한 계엄군은 총을 겨누며 시민을 물러나게 하고 있었다.

부산대 철학과 학생이던 김영 씨는 “계엄령이 선포된 18일은 16일과 17일처럼 남포동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부산대 학생 일부가 서면 교차로로 이동해 시위대를 형성하려 했다”고 떠올렸다. 시민 전병진 씨는 “구호를 외치며 도망가는 시위대가 있었고, 계엄군이 뒤를 맹렬히 쫓았다”고 회상했다. 시위에 휘말린 그는 계엄군이 휘두른 총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아 생사의 고비를 넘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부산여대 침묵시위는 실체가 분명하다. 계엄령 선포 이후 계엄군이 부산이 각 대학과 시내 곳곳을 점령했지만 시위는 중단되지 않았다. 정부의 휴교령을 알지 못한 채 등교했던 부산여대 학생 500여 명은 휴교에 대한 항의로 서면 교차로까지 행진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대부분은 경찰의 귀가 명령에 따랐지만, 이중 56명은 이에 불응해 동래경찰서로 연행됐다. 군경의 기록 모두에서 확인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누가 시위를 주도했는지, 사전에 준비된 시위였는지 등과 같은 핵심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부마민주항쟁의 무대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도 시위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해군본부 군사편찬과의 ‘해병1사단 부대사’에는 1979년 10월 18일 오후 5시부터 19일 0시20분까지 온천동 서면 범내골 명륜동 안락동 연산 교차로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압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집된 자료로는 범내골과 명륜동 안락동 연산 교차로에서의 시위 내용을 알 수 없다.

지금까지의 기록과 증언만으로도 1979년 10월을 산 전국의 모든 이로부터 그날의 이야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부마항쟁진상규명위원회 김선미 위원은 “부마항쟁 당시 곳곳에서 일어난 시위의 실체를 공식화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동우 신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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