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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정신, 전국 곳곳서 이어받았지만…뒷받침 할 증언 부족

진주·울산·대구·제주 등에서도 게릴라 집회·격문 제작 등 행동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19-10-01 19:39:5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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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정보보고·군 자료서 확인
- 생생히 증언할 목소리 드물어

부산 마산 시민의 용기는 전국을 뒤흔들었다. 이는 1979년 10월 당시 전국 각 대학에서 일어난 시위 사실이 담긴 여러 기록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기록을 구체화할 생생한 증언이 부족하다.

한국현대사회연구소 안종철 박사는 “유신정권에 저항해 부산과 마산에서 집단 데모가 일어났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왜 전남대는 못 할까’라는 울분이 생겼고, ‘우리도 독재정권에 반대해야 하지 않느냐’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당시 전남대 교육학과 3학년이었다. 그는 1979년 10월 17일 오전 8시께 전남대 사범관의 한 강의실 칠판에 ‘전남대인 각성하라”고 적었다. 안 박사는 “전날 보도를 보고 부산의 대학생이 군부 정권에 대항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전남대는 조용했다”면서 “학생과 교수가 들어오기 전에 글을 썼는데, 누군가 지웠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이 일로 다음 날 경찰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경찰은 끊임없이 ‘배후’를 캐려 했다. 하지만 그에게 배후는 없었다. 경찰은 가혹 행위로 ‘자백’을 받아내려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전국의 수많은 대학이 시위를 준비했다는 사실은 기록과 증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조태제 교수에 따르면 한양대에서는 10월 19일 또는 20일 체육대회를 마친 100여 명의 학생이 스크럼을 짜고 운동장을 돌며 “부마사태 구속자 석방” “유신 철폐”를 외친 뒤 학교 밖으로 나갔다.

통영수산전문대학(현 경상대 통영캠퍼스) 출신인 수영구의회 최종태 의원에 따르면 10월 26일 통영수산전문대에서는 학생 500여 명이 교내에서 “유신 철폐” “수산인의 권익을 보장하라” 등과 같은 구호를 외친 뒤 황남오거리를 거쳐 남망산공원까지 행진했다. 최 의원은 “통영수산전문대에도 ‘이화여대 소포’가 도착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부산과 마산 대학의 휴교령 소식을 접한 학생들이 ‘우리도 데모를 하자’고 요구했고, 학생회(학도호국단) 차원에서 시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단편적인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진주에서는 10월 23일 경상대 학생이 시위를 벌인다는 소문이 돌아 23일부터 31일까지 급히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 무렵 진주 대동기계공고에서 전교생이 참가한 시위가 일어났고, 거리로 나와 약 1㎞를 행진했다는 증언이 있다. 22일 새벽 4시 울산공대와 울산공전 일대에는 ‘10월 22일 오후 6시 울산 천도극장으로 학생 전원은 집합하라‘는 벽보가 붙었다. 실제 학생 200여 명이 집회를 위해 나섰지만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25일 오전 10시10분 대구 계명대에서는 학생 200여 명이 운집해 교문 밖으로 진출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저지당했고, 18일에는 제주경찰서에서 전투경찰로 복무하던 김영철 씨가 부마항쟁 발발 소식을 알리는 격문 156장을 복사해 가방에 보관하고 있다가 발각됐다는 검찰의 정보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은 사실상 전무하다.

기록으로만 남은 사실에 당시를 기억하는 목소리를 덧입히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진상을 드러내 보일 수 없다. 계속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차성환 상임위원은 “여전히 많은 진실이 짧은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며 “1979년 10월의 일들, 그 일을 계기로 일어난 전국의 흐름을 찾아 그 의미를 진단하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검 기록에 등장하는 부마항쟁의 여진들

1979년 10월17일 부산- 부산동의전문학교 학생 1000명이 교정에서 전교생이 18일 수업을 거부하고 북구 괘법동 국제고무 입구에 모여 시내 방향으로 시위하기로 결의

1979년 10월17일 광주- 전남대 학생이 상담지도관실 방화. ‘신영일을 생각하는 모임’ 따르면 부마항쟁 소식을 듣고 전남대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행

1979년 10월19일 진해- 진해고등학교 학생 1200여 명이 집단 행동을 한다는 학부형 신고가 들어와 군·경 출동대기

1979년 10월19일 대구- 경북대 법정대 행정학과 우편함으로 부산대 학생이 보낸 ‘민주선언문’ 전달

1979년 10월20일 광주- 자신을 ‘J여고 같은 젊은이’로 소개한 고등학생이 광주 일대 고교 학도호국단 연대장에게 부마항쟁 소식 전하며 “타도하자 박정권” 촉구

1979년 10월25일 서울- 연세대서 부마항쟁 발발 소식을 전하며 그 달 29일과 30일 도서관에 모이자는 ‘민주구국투쟁선언문’ 380부 배포(CIA는 3000부로 기록)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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