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의 포착 치매 전문의료기관장
- 국·시비 6억 받아와 파문 확산
- 국가 치매관리체계 허점 드러나
치매 검사를 하지 않고서 진단서를 작성하는 일이 의료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위 진단서 작성 혐의를 받는 부산지역 한 대형 병원 전문의 A 씨(국제신문 9일 자 7면 보도)의 사례와 비슷하다. 국가사업으로 진행되는 치매 관리 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를 경찰에 고소한 환자 가족은 “문진 이후 약을 처방받았을 뿐인데 2년 전과 똑같은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진단서가 나와 병원에 문의했다. 그랬더니 ‘검사를 못 받는 환자의 경우 약을 처방하려면 원래 그렇게 한다’고 답하더라”며 “환자 상태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는데 검사를 요식적으로 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고 9일 밝혔다.
MMSE는 치매 기초 진단 검사로, 병원이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하려면 1년마다 검사 결과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진단서를 작성하고 약을 처방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잇따른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거나, 오랜 시간 검사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과거 검사 기록을 참조한다. 환자가 답한 항목 가운데 예전과 많이 차이 나는 것을 제외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심평원도 이 같은 정황을 어느 정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관계자는 “보험급여를 산정하려면 환자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MMSE 결과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혐의가 포착된 A 씨는 부산시 지정 치매 전문의료기관장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확산된다. 이 기관은 보건복지부의 치매 관련 사업 공모에 선정됐고, 시와 위탁 운영 계약을 맺어 올해 국·시비를 포함한 6억 원가량을 지원받는다.
이처럼 치매 관리 체계에 국가 재정이 투입되지만 시설을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는 2017년 12월 부산 16곳을 비롯해 전국 256곳에 치매안심센터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부산지역 치매안심센터 가운데 보건복지부 권고 인력 정원인 20~30명을 맞춘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16곳에 모두 383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올해 초를 기준으로 210명만 근무하고 있다. 환자를 집중적으로 보살피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시 안병선 건강정책과장은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기관장 교체를 요구하는 등 조처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와 법적인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