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변 살인사건 변호 담당
- 박준영 변호사가 맡을 계획
- 경찰 “이춘재 의미 있는 진술”
- 당시 수사했던 형사불러 조사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가 10차례 사건 중 모방 범죄로 결론 난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가운데 경찰이 “이춘재의 진술에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된다. 당시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윤모 씨는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만약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로 확인되면 30년 만에 진범이 따로 있음이 밝혀지는 건 물론 윤 씨가 2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결과가 돼 경찰의 부실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10일 “이춘재의 8차 사건 관련 자백 진술 안에 의미 있는 부분이 있다”며 “진짜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런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춘재의 자백을 허위로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이에 따라 8차 사건 때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한 형사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국과수의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 등에 따라 윤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그를 고문할 필요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주택에서 박모(당시 13세)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체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 체모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해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이에 윤 씨는 이듬해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하던 중 2009년 가석방됐다.
당시 재판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 자백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윤 씨는 본격적인 재심 청구 준비에 나섰다. 재심 사건 전문가인 박 변호사가 윤 씨를 변호하겠다고 자청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부산 낙동강변 살인 재심 신청 사건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그동안 ‘무기수 김신혜’ ‘약촌오거리 살인’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등 사건의 재심을 맡아 주목받았다.
박 변호사는 이날 국제신문 기자와 만나 “그제(지난 8일)부터 윤 씨와 여러 차례 통화했고, 내일(11일) 충북 청주에서 그와 만날 것”이라며 “경찰이 말한 이춘재의 자백 속 ‘의미 있는 부분’은 범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과 경찰 수사 기록이 연결돼 있음을 뜻할 것이다. 올해 안에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 “화성 연쇄살인 2·4·5·7차 사건에서 피의자로 몰린 이들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끌어낸 김칠준 변호사도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씨는 박 변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경찰이 나를 산으로 데려가 겁을 주고 사흘간 잠을 안 재우면서 물도 안 줬다. 소아마비를 앓는 나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고문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호정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