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건 일본의 사죄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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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 18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
16년 만에 고향인 부산을 찾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과거의 아픔을 기록한 전시물을 둘러본 뒤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는 지난 18일 부산 남구 대연동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할머니의 내일’ 전시를 관람했다. ‘할머니의 내일’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이 주관하는 행사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에 관한 그림과 사진, 영상을 전시한다. 지난 7월 2일 광주를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경기도 구리, 서울, 청주, 부산, 대전 등에서 순회 전시를 한다.
고향인 부산을 찾은 이 할머니는 고령으로 최근 오랜 시간 걷지 못하게 되자 이날 휠체어를 타고 역사관을 둘러봤다. 입구에 놓인 방명록에는 자신의 이름을 정성스레 써넣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15명의 사진과 작품을 보면서 한 명, 한 명 이름을 되뇌었다. 이미 고인이 된 친구들의 사진을 보며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전시장 내 소녀상 모형 앞에 선 이 할머니는 한참 동안 작품을 어루만지며 발을 떼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역사관에 우리 역사를 전시해 반갑다”며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소녀상 앞에서 자신의 인생사도 풀어냈다. 이 할머니는 1927년 부산 보수동에서 태어나 15세 때인 1942년 중국 연길 위안소로 끌려가 참담한 일을 겪었다. 이 할머니는 해방 후에도 중국에서 살다가 2000년 고국으로 돌아와 2006년 1월부터 나눔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부모, 형제 다 고향에 있고, 중국에 혼자 끌려갔다. 해방됐지만 오갈 데 없이 지내다 남자 만나서 살림하며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 할머니는 달라진 고향의 모습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부산역에만 데려다주면 고향집을 눈 감고도 찾을 것 같았는데, 이제 눈을 뜨고도 못 찾겠다”면서 “참 많이 바뀌었다. 개벽이 됐다”며 흘러간 세월을 아쉬워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