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위산업체 납품회사 정리한 뒤
- 노후에 할 수 있는 일 찾아 귀농
- 30년 전 딸기농사 경험한 장모
- 고생많다며 반대 심했지만 설득
- 수경재배 하우스로 제2의 도전
- 초기 직판 방식 공급부족 시달려
- 아예 체험장으로 운영방식 바꿔
- 도심 가깝고 관광지 주남지 인근
- 주말 부산·전남 등지서도 발길
- 아내 수제 딸기잼 서비스도 인기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토리 딸기 팜’은 회원이 18만여 명인 ‘창원 줌마렐라 카페’의 호평 속에 어린이 체험 농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창원 도심에서 차를 타고 불과 20~30분만 가면 도착하는 농장이다. 주말이면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딸기를 따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풍경이 펼쳐진다. 농장에서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로 가는 데 10분이면 충분해 생태체험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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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딸기 팜’ 농장주인 김동수 씨가 딸기하우스 내에서 지난달부터 고설재배로 키우고 있는 딸기 발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제조업 접고 딸기 농장을 열다
이처럼 큰 인기를 끄는 ‘토리 딸기 팜’의 운영자인 김동수(52) 씨는 귀농 2년 차 농부다. 운 좋게도 딸기 농사를 시작한 해부터 딸기 체험장이 온라인에서 널리 알려졌다.
김 씨는 2008년부터 10여 년간 방위산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했다. 5명의 직원을 두고 업체를 운영하면서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아내 정순애(47) 씨와 함께 2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오손도손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김 씨는 제조업이 평생직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안고 지냈다. 그는 “제조업 경기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먹고 살 정도는 됐지만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고민을 하다 딸기농장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논농사를 지는 것을 보면서 자란 터라 귀농에 대한 두려움을 적었다.
공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겠다는 결심을 굳힌 뒤 아내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선뜻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장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그는 “장모님은 30년 전에 딸기 농사를 지으셨던 분이다. 힘든 일인 줄 아는 만큼 반대가 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내에게는 계획하고 있는 딸기하우스 규모에서 더는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겨우 허락을 받아냈다. 김 씨는 귀농에 앞서 창원농업기술센터에서 3개월간에 걸쳐 딸기 농사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 지금도 시간을 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공장을 정리한 자금으로 동읍에 1000평의 농지를 산 뒤 지난해 초 700평의 농지 위에 가로 6.5m, 세로 65m인 고설재배(수경재배) 딸기 하우스 3동을 지었다. 고설재배는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이다. 처음부터 체험 농장을 운영할 생각으로 도심에서 찾기 쉬운 동읍에 농장을 마련했다.
김 씨는 “고설재배는 뿌리의 상태와 성장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데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자동화 시설을 갖춘 농장 내부 바닥은 흙 하나 없이 깨끗해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먼지 한 점 날리지 않을 정도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의 딸기 농장·체험장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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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갛게 익은 딸기를 조심스레 따고 있는 아이들. |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첫 딸기를 생산한 그는 방문객이 농장에서 직접 딴 ㎏만큼 돈을 받는 직판 위주로 판매를 시작했다. 방문객이 입소문을 퍼뜨리면서 딸기가 모자랄 정도로 발길이 이어졌다.
딸기 부족 현상이 빚어지자 김 씨는 당초 계획보다 앞서 어린이를 위한 딸기 따기 체험농장으로 운영방식을 변경했다. 체험비는 1인당 8000원(500g한팩 기준)으로 정했다. 체험이 가능한 아이 연령은 36개월 이상으로 삼았다. 더 어릴 경우 딸기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딸기 체험장으로 운영 방식을 바꾼 뒤 부산, 전남 등지에서도 가족 단위로 체험객이 찾아왔다. 특히 유치원에서 원생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농장은 줌마렐라 카페의 호평 속에 지난 2~5월 3000여 명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이에 올해는 밀려드는 체험객을 위해 같은 크기의 딸기하우스 1동을 추가로 지었다.
이런 인기의 배경은 김 씨 부부의 넉넉한 인심과 배려다. 부부는 농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토스트와 구운 계란을 무료로 제공했다. 김 씨는 “체험장 내 토스터를 구비해 식빵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아내가 무설탕으로 직접 만든 수제 딸기 잼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자랑했다. 또 어른들이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커피도 준비하고, 와이파이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할 때 쓸 위생장갑도 크기별로 구비해뒀다. 이런 작은 배려가 체험객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김 씨는 “아직 내 나이와 비슷한 직장인 연봉 수준까지 소득이 안 나지만, 우선은 돈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만족감에 일을 하고 있다”면서 “귀농은 시간을 들여 많은 정보를 얻고 충분한 교육을 받은 뒤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씨는 이어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부모가 편하게 쉬어가는 최고의 딸기체험장이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