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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이 뛴다 <7> 제2의 직업 찾는 신중년

인생 새 길 찾는 오십청춘 취준생, “내가 왕년엔 말이야” 생각 버려라

  • 김준용 김진룡 기자
  •  |   입력 : 2019-10-23 19:19:3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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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5060 76% “일하고 싶다”

- “건강 허락하는 한 돈 벌어야”
- 원하는 월 평균 임금 203만 원
- 저임금 다경험 기업에도 이득

#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

- 우연히 드론 접한 김영옥 씨
- 산불 감시 드론 조종사로 변신
- 신중년 인생 컨설턴트 이승경 씨
- “과거 잊고 새 마음가짐 가져야”

신중년(50~69세) 세대는 일하고 싶다. 구직은 단순한 문제 같지만 어려운 일이다. 나이가 들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자식을 키워야 하고, 부모도 모셔야 하고, 자신의 삶까지 짊어진 신중년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부산에서 ‘인생 2모작’ 무대에 오른 신중년을 만났다. 이들은 어떻게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을까.
   
재취업에 성공한 이승경 씨가 부산 연제구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에서 취업 컨설팅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63세에 취업…드론 조종사 된 주부

“생활에 활력소가 생겼죠. 평생 살림만 하다 보니 몸이 처져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재미있네요.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어요.”

김영옥(여·63) 씨는 올해 생애 처음으로 취업했다. 20대도 넘기 힘든 취업의 문이었지만, 그는 그 벽을 넘었다. 그는 부산시 드론안전관리단 소속이다. 젊은이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드론이지만, 김 씨는 이미 드론 5대를 갖고 있다. 드론안전관리단은 드론을 이용해 낙동강에서 녹조·불법 낚시 등을 감시한다. 요즘에는 산불 감시도 드론으로 한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55세에 처음으로 IT 기술을 접했다. 친구를 따라 컴퓨터를 배우러 간 게 도전의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인생에 변화가 시작됐다. 최근에는 그와 비슷한 신중년 세대에게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구·군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이용법이나 간단한 포토샵 활용법 등을 가르친다.

   
늦은 나이에 취업하고 사회활동을 하기까지 가족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 “첫 직장을 구했다는 소식에 가족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바쁠 때는 남편이 시부모님을 챙깁니다. 만약 이 일을 안 했다면,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는 게 전부였을 겁니다.”

드론 조종사로 변신한 김 씨의 뒤에는 동의대 김기혁(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있었다. 김 교수는 신중년 세대와 노인으로 구성된 ‘드론 봉사대’를 꾸렸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한 직장 은퇴자를 먼저 선발해 가르쳤다. 신중년 세대도 신기술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 교수가 가르친 신중년 학생이 결성한 ‘드론 5060 협동조합’은 올해 1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매출 예상액은 2억 원 이상이다.

김 교수는 “드론은 손가락을 움직이기 때문에 신중년 세대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원을 모집할 때마다 드론을 꼭 배우고 싶다는 신중년 세대의 문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과거 화려했던 나를 잊어라”

   
“과거의 자신을 먼저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부산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에서 ‘신중년 인생 컨설턴트’로 일하는 이승경(63) 씨는 상담을 위해 센터를 찾은 신중년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신중년 세대 대부분은 과거 관리직으로 근무했던 직장생활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0대나 60대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앞두고 관리직으로 근무한다. 이들이 새로운 직장에 취직하려면 관리직보다 실무자로 다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다. 당장 이 씨도 과거 직장의 영광을 모두 내려 놓고 다시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는 “내가 가진 ‘스펙’ 정도면 어느 곳이든 잘 써주리라 생각했다. 젊은 친구들보다 조금 느려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순전히 내 생각이었을 뿐, 나를 고용하는 쪽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퇴직 후 3개월 동안 6곳에 입사 지원서를 냈는데 모두 떨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직장에서 관리직으로 일할 때의 마인드를 버리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생각을 정리한 그는 계약직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게 ‘고용 디자이너’ 과정이었다. 고용 디자이너는 구직 신청을 받아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매칭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씨는 부산시가 마련한 이 사업에 참여해 노동·직업시장 분석, 기업경영 분석, 취업 상담 등 교육을 이수했다. 이후 부산의 한 구청에서 6개월 동안 고용 디자이너로 일했다. 당시의 경력을 발판 삼아 현재는 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에서 신중년 인생 컨설턴트로 일하게 됐다. 이 씨는 “이 일을 하면서 큰돈을 벌 수는 없지만 남은 인생 동안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이제 내 삶의 의미는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중년은 일하고 싶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부산의 신중년 인구는 108만5874명이다. 부산 전체 인구(348만1742명) 중 32%가 신중년인 셈이다. 이들은 계속 일하고 싶다. 부산복지개발원이 내놓은 ‘부산시 신중년 세대 생활 실태 및 일자리 수요와 욕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중년 1만1601명을 대상으로 계속 근로하기를 희망하는지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76%가 ‘그렇다’고 답했다. 계속 일하기를 원하지 않은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신중년은 계속 일하고 싶은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돈이 필요해서’(59.5%)를 가장 많이 꼽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고 일하는 즐거움 때문’(34.0%), ‘집에 있으면 무료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3.0%), ‘건강을 유지하려고’(1.1%)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신중년이 원하는 평균 월급은 203만 원으로 조사됐다. 기업은 산전수전 다 겪어 경험이 풍부한 신중년 세대를 비교적 적은 임금으로 채용할 수 있다. 또 신중년을 채용할 때 정부나 시로부터 고용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부산복지개발원 관계자는 “일하고 싶어 하는 신중년이 많다. 이들을 채용해 잘 활용하고 싶은 기업들도 있다”면서 “신중년의 구직 수요를 기업이 적절히 수용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이를 지원하는 시의 정책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김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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