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야기 공작소-양산 ‘황산 베랑길’ <하> 소설 수라도의 고향 화제리

‘가야부인’이 걸어 나올 듯…요산 소설 속 그 마을 여기 있었구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24 18:45:50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사람이 꽃을 건넌다는 뜻 화제리
- 김정한 선생 실제 처가 있던 곳

- 가야부인 시부가 살던 명언마을
- 미륵당으로 나오는 용화사까지
- 소설 속 지명·모습 고스란히 간직
- 문학 테마파크 꾸며도 좋을 듯

   
김정한의 소설 ‘수라도’의 실제 무대인 죽전마을(대밭각단). 양산시 제공
■ 이야기를 품은 ‘화제’

버스가 냉거랑다리에 선다. 물금~화제를 오가는 버스는 137번(하루 5회), 138번(하루 8회) 등이다. 물금역에서 낙동강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두어 시간 걸린다.

   
냉거랑다리는 화제교를 일컫는 지역 토속어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화제리 풍경은 산자수명 그 자체다. 오봉산과 토곡산 등 영남알프스의 거대한 산군이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 안았고, 그 앞으로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화제리는 명언마을을 비롯해 외화, 내화, 지나, 토교 등 크고 작은 자연 마을 5개를 함께 아우르는 지명이다. 마을과 마을 사이로는 화정천과 화제천이 흘러 낙동강에 닿는다. 들판이 꽤나 넓다. 모자랄 것도, 넘칠 것도 없이 유유자적한 농산촌이다.

화제리 자연마을은 이름이 독특하다. 감태봉(감토봉)·골마을·대밭각단(죽전)·새마(신촌)·서편·수산물·안독점이·중리·지나리·화정…. 모두 자연을 닮았거나 닮고자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대밭각단은 대밭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수산물은 옛날 나루터 시절 배가 올라왔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화제(花濟)’라는 지명은 ‘사람이 꽃을 건넌다’는 뜻이다. 화제리 외화마을 입구 소나무 군락지가 마치 매화의 수꽃 형상이고, 맞은편의 명언마을 뒤편 연화봉은 매화의 암꽃 형상인데, 그 사이에 소하천이 흘러 ‘사람(마을)이 꽃을 건너는’ 모습이어서 화제가 되었다는 얘기다.

   
소설 ‘수라도’의 핵심 배경인 ‘미륵당’으로 묘사된 용화사 경내.
■ ‘수라도’ 문학기행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는 요산 김정한의 중편소설 ‘수라도(修羅道)’의 무대로 유명하다. 화제리는 요산의 처가가 있던 곳이고, 주인공 가야부인은 처조모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작품 속 손녀로 나오는 ‘분이’는 요산의 부인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 ‘가야부인’이라는 호칭은 가야국 옛터인 김해가 그의 고향이라 그렇게 지은 것 같다. 소설에는 가야부인이 ‘명호’라는 곳에서 시집왔다고 돼 있다. 명호는 지금의 부산 강서구 명지동을 지칭한다. 한때는 명지소금이 생산되었으며, 옛날에는 낙동강 수로를 따라 소금배가 오르내리곤 했다.

‘수라도’는 불교의 ‘아수라도(阿修羅道)’의 준말로 ‘싸움을 일삼는 악마들’이 사는 곳을 말한다. 이는 곧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의 혼란과 어둠의 시대를 그리는 소설의 작품 세계를 의미한다. 생전에 교만심과 시기심이 많은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수라도’는 주인공인 가야부인이 살아온 고통스러운 현실을 대변한다. 가야부인의 일대기는 그야말로 ‘수라도’를 헤치는 고통의 행로와도 같다.

‘수라도’에 그려진 화제리의 풍경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수라도’를 읽은 사람이라면 처음 화제리를 찾더라도 별로 낯설지 않다. 작품을 읽다 보면 오봉산과 토곡산에 둘러싸인 ‘화제리 열두 개 마을’의 정경과 등장인물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문학기행에 안성맞춤이다.

■ 토교 화제천 용화사 등 생생

   
토교나루(태고나루터).
물금고개를 넘어 화제리 초입에 들어서면 가야부인의 시아버지가 살았다는 명언마을이 나온다. 소설 속의 길들을 좇아 무당 천금새가 산다는 태고나루(토교)도 가보고, 냉거랑(화제천) 건너 오봉 선생의 유일한 글 친구인 양접장이 사는 대밭각단(죽전)에도 가보자.

대밭각단 들머리에는 솔밭이 있다. 소나무 사이로 듬성듬성 작은 무덤들이 들앉았는데, ‘수라도’에서 괴질에 비명으로 죽은 고명딸의 시신이 있던 곳이다. 소설 속 지명은 십중팔구 현재의 지명과 겹친다. 황산베랑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용화사는 소설에서 미륵당으로 나온다.

‘강 건너 고암산이 이쪽 미륵당 아래의 강 구부렁이로, 그 웅장한 그림자를 쑥 내밀고 있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물빛이 한결 시퍼런 강 구부렁이 쪽으로 사타구니가 벌어져간 골짜기의 오목한 부분에, 미륵당이란 절이 납작하게 앉아 있다. 그래서, 모신 미륵불은 어지간히 크긴 해도 절 이름을 미륵암이라고 부르지 않고, 보살 할머니들은 그저 미륵당이라고만 불렀다’(소설 ‘수라도’ 중).

미륵당은 이 소설의 핵심 배경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 가야부인은 시아버지 허 진사의 입젯날(제사 하루 전날), 제사상을 봐 황산 베리를 지나다가 바람이 너무 불어 잠시 피할 곳을 찾는다. 그러다 우연히 땅에 묻혀 있던 미륵불을 발견하게 되고 절을 지어 모시기로 한다. 미륵당이 서게 된 배경이다.

물금 용화사에 미륵불이 모셔지게 된 설화도 이와 흡사하다. 오래전 어느 농부가 낙동강에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하는 물체를 발견하고 건졌더니 그것이 미륵불이었다. 한 스님이 건져다가 용화사에 모셨다는 것이 용화사의 설화이다.

용화사에는 낙동강에서 건져 올렸다는 석조여래좌상(보물 491호)이 ‘거짓말처럼’ 모셔져 있다. 용화사 측은 모셔 올린 날(음력 2월 28일)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용왕대제를 지내고 있다.

   
‘수라도’는 문학 교과서에도 등장할 만큼 문학성과 작품성이 뛰어나다. 구수한 토속어와 손에 잡힐 듯한 지역성은 이 작품의 매력이다. 박경리의 ‘토지’를 바탕으로 꾸민 하동 최참판댁처럼, ‘수라도’의 현장인 양산 화제리에 문학 테마파크를 꾸며도 좋을 것 같다.

박창희 스토리랩 수작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0. 10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