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념 논리에 매몰돼 약산(김원봉의 호)을 모독 말라”

항일투쟁 김원봉 의열단장 처조카 박의영 목사 인터뷰

  •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   입력 : 2019-11-07 19:47:38
  •  |   본지 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독립운동사 핵심 인물인데도
- 월북 이유로 공적 안알려지고
- 서훈 둘러싼 찬반 논란 불거져
- “정권따라 역사 평가 오락가락
- 같은 민족으로서는 불행한 일”

오는 10일은 1919년 중국 만주에서 대표적인 무장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이 결성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맞춰 국제신문 취재진은 7일 의열단장이었던 약산(若山) 김원봉(1898~1958·사진) 선생의 처조카인 박의영(73) 목사를 만났다. 박 목사의 부산 수영구 자택에는 ‘독립유공자의 집’을 알리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약산 김원봉 선생의 처조카인 박의영 목사가 7일 부산 수영구 자택에서 유년 시절 힘들었던 가정사와 의열단 결성 100주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박 목사가 안내한 방에는 아버지 박문희(1901~1950) 선생의 사진이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있었다. 그는 부산 출신의 여성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의열단원인 박차정(1910~1944) 의사의 조카다. 박 의사의 첫째 오빠가 박문희 선생, 둘째 오빠가 박문호(1907~1934) 선생이다. 1910년 5월 8일 부산 동래 복천동에서 출생한 박 의사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조선의열단을 이끈 약산 선생의 아내다. 박 의사는 동래일신여학교(현 동래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주도하다가 일제에 의해 옥고를 겪었다. 이후 중국으로 망명해 1931년 김원봉과 결혼하고 이듬해 남편과 함께 ‘조선혁명간부학교’를 설립했으며 제1기 여자 교관으로 활약했다. 정부는 박 의사의 공적을 기려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박 목사는 현재 박문희 박문호 박차정 의사 유족 대표다.

박 목사는 “어린 시절에는 의열단이라는 단어 자체를 듣기 싫어했다.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됐다. 당시 정부에선 아버지가 월북했다고 추정해 매달 우리 가족은 신원조사를 받았다.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이라며 “이후에도 외부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살았다.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반항심이 컸다”고 말했다. 가슴 아픈 가정사를 말하던 박 목사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박문희, 문호 선생은 의열단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탓에 항일독립운동사에 드러나지 않았다. 박 목사는 집안 사정 등 기록을 후대에 알리고자 1990년대 초반부터 집안의 독립운동사 자료를 모았다. 국내는 물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대 자료실 등에서 자료를 수소문했다. 이런 노력으로 박문희 선생은 지난해 11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박문호 선생이 이달 유공자 서훈을 받으면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한 집안에서 독립유공자 3명이 배출된 사례가 된다.

   
약산 김원봉 선생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핵심 인물인 약산 김원봉 선생은 1948년 월북했다는 이유로 공적의 많은 부분은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현충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 선생을 언급하면서 서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북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김원봉 선생을 국군 창설과 한미동맹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정권에 따라 역사를 달리 평가한다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선 불행한 일이다. 역사를 바로 알고 평가해야 한다”며 “1948년 뒤늦게 북한에 간 약산은 내각구성에서도 군이나 당 실권에서 밀려나 명목상 한직인 국가검열상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사가 이념 논리에 함몰돼 역사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권 또는 학자에 따라 역사를 소멸, 단절, 축소시키는 행위가 더는 없어야 한다. 약산을 모독하지 말라”고 단호히 강조했다.

김원봉 선생은 1952년 노동상에 임명됐으나 1958년 김일성 체제에서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숙청을 당한 탓에 묘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최근에는 3·1운동과 의열단 창단 100주년을 기념해 김원봉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서적 ‘민족혁명가 김원봉’이 출간됐다. 박 목사는 “의열단 결성 100주년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민족독립을 위해 항일 의열투쟁에 앞장선 분들의 정신을 후대가 본받고 제대로 계승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2. 2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3. 3“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4. 4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5. 5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6. 6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7. 7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8. 8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9. 9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10. 10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1. 1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2. 2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3. 3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4. 4“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5. 5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6. 6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10. 10국회의원 치적 ‘또’ 홍보한 김형찬 전 강서구청장 기소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3. 3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4. 4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5. 5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6. 6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7. 7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8. 8고속철도 통합 이후 하루 32만 명 탑승… 전년 동기보다 12.6% ↑
  9. 9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10. 10“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1. 1“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2. 2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6. 6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5일
  8. 8“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9. 9폭염에 냉방 꺼 ‘갑질 논란’ 기업, 불법 하도급 의혹 추가
  10. 10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10. 10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지역 기업과 1대 1 매칭…50+부산포털도 가동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