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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81> 거창 감악산 ‘물맞이 길’

선녀가 노닐던 은밀한 계곡… 영험한 기운의 약수가 ‘콸콸’

  • 국제신문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19-11-10 19:25:21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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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산방문자센터 출발 5㎞ 구간
- 울긋불긋 단풍과 황금들판 지나
- 전설의 선녀폭포까지 감탄 연발
- 완만한 산길 여유롭게 걷다보면
- 소나무 군락 이루는 약수탕 닿아

경남 거창군 감악산 ‘물맞이 길’은 테마스토리가 있는 역사 문화 탐방로다. 신라 헌강왕(재위 875~886)이 감악산 중턱의 연수사 약수를 마시고, 그 물로 목욕해 피부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깃든 ‘영험한 물’을 주제로 조성됐다.
   
감악산 물맞이길의 제1코스 물맞으러 가는길 중간에 있는 선녀폭포 앞을 탐방객들이 지나고 있다. 감악산 선녀폭포는 아담하면서도 신비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거창군은 남상면 매산마을을 시작으로 매산저수지를 지나 연수사로 가는 옛길을 복원,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감악산 정상에 이르는 16㎞ 구간을 물맞이 길로 만들었다. 모두 8억 원의 예산이 들었고 역사와 전설, 스토리가 있는 녹색길이다. 이 길은 ▷제1코스 물맞으러 가는길(5㎞) ▷제2코스 고행의 둘레길(7.4㎞) ▷제3코스 전망대 가는길(2.3㎞) ▷제4코스 심신도량 하는길(1.5㎞) 등 4개로 나뉘어져 시간과 자신의 체력에 맞추어 걸을 수 있다. 1코스 ‘물맞으러 가는길’을 소개한다.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다

   
1코스 물맞으러 가는길은 매산방문자센터를 출발해 상매~지레길~매산저수지~평전다리~선녀폭포를 거쳐 물맞는 약수탕까지 가는 5㎞ 구간이다.

매산방문자센터에서 평전다리까지 2.9㎞는 옛 도로인 시멘트길 구간이다. 이 구간을 걷기 싫으면 화장실과 팔각정이 완비되어 있는 가재골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이정표를 따라 선녀폭포 방향으로 내려와 걸어도 좋다.

물맞으러 가는길의 시작점인 매산마을은 감악산의 관문으로 2015년 우회도로 건설 후 남은 토지에 솔숲이 조성됐다. 마을 앞 정자나무(일명 쌍둥이 나무) 옆에는 석기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청돌이 있다. 돌의 표면에 12개의 다산혈(아이를 많이 낳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비는 혈)이 있다. 매산마을은 조선조 세종 때 풍수지리설에 매화락지부의 명당자리라고 마을 이름을 그때부터 매산이라 불렀다 한다.

이정표를 띠라 눈이 부시듯 파란 가을 속으로 걸어 간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녹색으로 울창했던 나뭇잎들은 저마다 빨간색, 노란색으로 갈아입기 바쁘다.

상매마을과 매산저수지가 나온다. 길은 시멘트길이지만 나날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사색하게 한다.

■선녀가 내려올 듯한 분위기
마을을 벗어나자 사과밭과 누렇게 변한 황금 들판이 펼쳐진다. 제멋대로 뻗은 굵은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주렁주렁 달린 사과가 하늘을 떠받친 감악산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매산마을에서 매산저수지까지는 1.6㎞이고, 매산저수지에서 평전다리는 1.3㎞ 거리다.

평전다리에서 선녀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600m쯤 더 걸으면 빨간 아치형 구름 다리와 함께 선녀탕이 나온다. 이어 나무 계단이 설치된 가파른 길을 오르니 두 번째 아치형 구름 다리와 함께 선녀폭포 입구다. 선녀폭포는 감악산 북쪽의 연수사 약수 바위에서 발원한 물이 모여 이뤄진 폭포로, 칠석날이면 선녀가 내려와 선녀탕과 계곡에서 노닐다가 폭포수로 몸단장을 한 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며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폭포는 부끄러운 듯 숨어 있다. 덱로드를 따라 사각형 전망대에 올라야 제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선녀를 만난 듯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높이 14~15m 정도의 3단 폭포로 그다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태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한마디로 아담하면서도 신비스럽다. 소박하고 따뜻한 엄마의 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철제 계단을 내려와 5분 가량 더 임도를 따라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에는 아직 수확이 채 끝나지 않은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달려 있다. ‘감악산 2.6㎞’라 표시된 이정표를 보면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 전설이 깃든 약수탕

널따란 채소밭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산행로 입구가 열려 있다. 완만한 경사의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여유롭게 오르면 능선에 닿고, 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갈림길에서 연수사 1.3㎞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물맞는 약수탕이 나온다. 연수사에서 물맞는 약수탕까지 거리는 130m다.

갈림길에서 물맞는 약수탕으로 가는 길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의 뿌리가 드러난 위에 소나무 낙엽이 쌓여 있다. 이 낙엽들이 썩어서 영양분이 되어 다시 이 뿌리에 의해 흡수되고 나무를 더욱 크게 자라게 하는 원천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참나무는 잎이 크고 넓다. 소나무 잎과 섞여 있어서 더욱 푹신한 느낌이 든다. 인근에는 구절초 등 야생화가 특유의 향을 발산하며 아름다운 빛깔을 유지하고 있다.

탐방로 끝 지점에 돌로 된 울타리가 있고 지붕은 없다. 신라 헌강왕의 전설이 있던 감악산 물맞는 약수탕이다. 입구에 서 있는 아림욕장 목석과 아름욕장 목석이 문을 대신한다. 남자는 아림장군 쪽 여자는 아름장군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입구를 지나 돌담 미로가 펼쳐지고 다시 입구가 나온다, 꽤 너른 공간에 산속에서 나오는 물을 통나무를 따라 흐르게 해 놓았다. 큰 물통이 있다. 물은 그치지 않고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연수사 대웅전 뒤 산신각 옆 바위가 근원이다. 산 정상이 가까운 이곳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물도 신기하지만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물에 손을 대보니 엄청 시원했다. 내년 여름에 더위를 피해 꼭 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사진=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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