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미끼 체크카드 96개 빼돌려
- 127명에 5억 원 정도 뜯어내
- 최고 윗선 수사 탄력 붙을 전망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점조직 형태로 광범위하게 퍼진 거대 조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대포통장을 모집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A 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1~5월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보이스피싱에 쓰인 대포통장을 국내에서 모집한 혐의를 받는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대포통장과 대포폰, 콜센터 조직 중 대포통장 총책이 붙잡혀 나머지 조직과 이를 관리하는 최고 윗선을 겨냥한 수사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경찰은 2016년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현금 수거책 10명을 구속하고 계좌를 양도한 54명을 불구속 입건한 뒤 총책인 A 씨를 뒤쫓았다.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려 지난해 A 씨를 필리핀에서 붙잡았고 최근 현지 외국인 수용소에서 국내로 송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등 대포통장 모집책은 통장을 직접 받지 않고 체크카드를 받는 방식으로 계좌를 빼돌렸다. 우선 저금리로 대출해줄 것처럼 통장 소유자에게 접근한 뒤 “(은행 출금이 가능한) 체크카드를 먼저 주면 심사를 거친 뒤 대출금을 통장에 송금하겠다”고 속였다. 하지만 대출금을 주지 않고 체크카드만 빼돌렸다. 이렇게 얻어낸 체크카드 96개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했다. 속은 것을 알아챈 통장 소유자가 신고하기 전에 카드를 1, 2차례만 쓰고 버리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에 속은 127명이 해당 체크카드 계좌로 5억 원 정도를 보낸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붙잡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부가 드러났다. 조직 최고 윗선에 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자체도 조심해야 하는데 타인에게 통장이나 카드를 함부로 양도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유도하는 전화를 받으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 씨는 다른 혐의로 타 지방경찰청에서 추가적인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