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업체가 낸 소송 원고 기각
- “기사들 사실상 개인사업자”
- 업체 측 1심 불복해 항소 예정
대리운전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이번 판결은 전국 대리운전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모든 대리운전 기사가 근로자로 인정받는 데는 여전히 한계를 갖는다는 분석이 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서정현 부장판사)는 14일 대리운전업체 2곳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이하 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근로자로 인정받은 학습지 교사의 판례를 인용하며 대리운전 기사도 업무 할당량이 있고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평일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30분까지 근무하며 하루 4개의 콜을 받아야 하고 금요일이나 공휴일 전날은 새벽 2시30분까지 5개 콜을 받아야 하는 할당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었다고 했다. 또 단체 보험에 가입하는데 현장에서 콜을 받을 때 회사에 보고하지 않으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만큼 회사의 지휘 감독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대리운전 비용이 1만5000원 이하일 때는 3000원, 1만5000원 이상 3만 원 미만은 3500원, 3만 원 이상은 4000원의 사납금도 대리운전 운행 건별로 납부한다.
하지만 대리운전업체는 노조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업체 관계자는 “대리운전 기사들은 출근 시간도 따로 없고 일하고 싶으면 오고 하기 싫으면 오지 않는다. 회사에서 관여하는 바가 없는 개인사업자에 가깝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012년 부산시에 조합 설립 신고증을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대리운전 기사를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설립 신고증 교부를 거부했고, 노조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시는 대리운전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했고 2004년 대구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대리운전산업노조에 설립 신고증을 교부했다. 현재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은 8명으로, 노조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조합원이 4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모든 대리운전 기사의 법적 지위가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노조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노조 최병로 위원장은 “근로자로 인정받으려면 하나의 회사나 그 회사의 사장이 지정하는 회사에 근무한다는 ‘전속성’이 있어야 한다. 조합원이 두세 군데의 대리운전업체에 걸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리운전 기사가 모두 근로자로 인정받기는 아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