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수영구 광안동 옛 충무시설(지하벙커)이 22년째 별다른 활용 방안을 못 찾아 방치되고 있다.
17일 오전 수영구 광안동 옛 충무시설. 셔터로 굳게 닫힌 2곳의 입구에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폐가전 의자 음식물이 지저분하게 널렸다. 1972년 건립된 이 인공 지하벙커는 지하 돔형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총면적 3693㎡ 규모다. 길이 270m 굴에 양쪽으로 20여 곳의 공간이 있다. 대피용으로 사용하면 최대 5000여 명까지 수용한다.
이곳은 1997년까지 매년 을지훈련 때 지휘본부로 사용됐다. 전쟁이 터져 서울이 함락될 경우 청와대, 군 수뇌부 등이 비상지휘본부로 이곳을 사용할 목적으로 설치됐다. 1998년 부산시청이 연제구 연산동으로 이전하면서 청사 내 새 충무시설이 만들어져 현재 이곳은 사용이 중단됐다. 부산시는 2012년 국·시비 27억8600만 원을 투입해 ‘미디어아트 벙커’로 새단장하려 했지만 계획이 흐지부지돼 받은 국비 일부를 반납했다. 축소된 사업비 6억7000만 원으로 노후시설 정비공사만 진행하는 데 그쳤다.
주민은 도서관 등 편의시설로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산책하다 이곳에 들렀다는 김모(여·65) 씨는 “지난 7월 시설 바로 앞에 수영구국민체육센터가 완공되면서 이곳 분위기도 밝아졌다. 주민을 위한 문화시설이나 도서관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와인 동굴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다크투어리즘 관광자원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최근 문화전시공간으로 이곳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현재로선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관련기사

[이슈] 배재고 지역 비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