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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26> 밀양 거베라 재배농 부부

화훼 중도매업 접고 뛰어든 꽃농사 … 위기 때 ‘품종 전환’ 적극적 대응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19-11-17 18:54:2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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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목·설계회사 다니던 정재우 씨
- 소개팅으로 만난 부인과 함께
- 어머니 뒤를 이어 도매업하다
- 실용적인 ‘거베라’ 농사 시작
- 모종업체 관계자 일일이 찾아
- 가장 효과적인 재배법 찾아내

- 김영란법 이후 고난 찾아왔지만
- 30%를 신품종으로 바꾸며
- 과감한 방식으로 위기 돌파
- “새롭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

경남 밀양시 초동면 차월마을은 채소류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많아 이른바 ‘온실 마을’로 불린다. 낙동강변에 위치한 이 마을은 토양이 사질토인데다 물을 구하기 쉬워 예로부터 시설채소 재배지로 각광을 받고있다.
   
김나리, 정재우 씨 부부가 비닐하우스안에서 수확을 앞둔 거베라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취재진은 들녘 한복판에 위치한 한 대형 비닐 하우스를 찾았다. 이 비닐 하우스 단지는 거베라를 키우는 마을 유일의 화훼단지로 김나리(41), 정재우(45)씨 부부가 주인이다.

남편 재우 씨는 “김해에서 모친이 하시던 화훼 중매업을 하다 직접 꽃을 가꾸게 됐으니 꽃과는 질긴 인연의 끈이 있는 셈”이라며 활짝 웃었다. 부인 나리 씨는 부산 출신이다. 지금은 밀양시 창업농으로 지정 받은 어엿한 여성 농군이다.

■2대째 꽃과 맺은 인연

재우 씨 부부는 처음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농삿일과 거리가 멀었다. 부산에서 토목·설계회사에 다니던 재우 씨는 2006년 소개팅으로 부인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 부부는 김해시 내외동 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는데 화훼를 직업으로 삼게되는 일이 발생한다.

김해 영남화훼공판장에서 20년 이상 중도매인을 해온 재우 씨 어머니가 몸이 좋지않아 일을 그만두게 됐다. 재우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이어 2대째 중도매인으로 나서게 됐다. 하지만 화훼 중도매업 특성상 외상거래가 많다보니 미수급이 많이 쌓이면서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이럴 바에야 차라리 직접 꽃 농사를 짓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귀농을 생각하게 됐다.

■밀양 초동서 제2의 인생 꽃피우다

   
김나리, 정재우 씨 부부가 출하를 앞둔 거베라 선별작업을 하고있다.
재우 씨는 6년 간의 중도매인 생활을 접고 귀농결심을 굳혔다.그는 경험을 살려 화훼농으로 출발하기로 결심하고 재배 품종으로 거베라를 선택했다.

한번 심으면 5년까지 계속 꽃을 피우는데다 거래가격도 쏠쏠하다는 사실을 중도매인때부터 터득했던 게 선택이유다. 꽃 색상이 다양하고 3단짜리 축하 화환으로 만들기도 좋은 실용성도 작용했다.

재우 씨 부부는 2015년 눈여겨 봐둔 밀양시 초동면 땅 4950㎡(1500평)을 3.3㎡당 김해지역 보다 절반이 싼 14만 원에 매입했다. 5월에 묘목을 심고 7월말부터 수확에 들어갔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여러 농장주들이 서로 다른 방식의 재배법을 전수해줘 오히려 혼돈이 쌓였다. 결국 꽃 모종업체 관계자들을 찾아가 재배법을 배워 실전에 옮긴 결과 어느 정도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첫 재배는 그럭저럭 됐지만 그렇다고 초보 농군 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그는 “상품의 질에 따라 선별해 포장한 뒤 공판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를 모른채 섞어 상품을 보내니 제값을 받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눈치 코치로 위기를 극복하니 첫해 매출 1억 원을 올리게 돼 희망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듬해에는 매출액이 3억 원으로 종전보다 3배 이상 올라 자신감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직격탄

   
비닐하우스가 많아 온실 마을로 불리는 밀양시 초동면 들녘 일대 전경.
매출이 급증해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 같았지만 2017년 경조사 때 화환의 금액을 제한하는 내용의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화훼업 판도가 크게 불리하게 바뀌었다.

그는 “경·조사에 현금 5만 원, 화환도 5만 원까지만 할 수 있는 법이 생기면서 화훼농가는 나락끝으로 추락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지난해는 중국산 가짜 꽃까지 침투해 꽃 수요가 더 줄어들었다. 악몽같은 시간이 다가온 것”이라며 탄식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그야 말로 화훼농가로서는 고난의 시기였다. 겨울철에도 하우스 내부 온도를 18도로 맞춰야 꽃이 냉해를 입지않는데 꽃값 하락으로 난방비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에 굴하지 않고 재우 씨 부부는 올해 재배 품종의 30%를 신품종으로 바꾸는 모험을 감수하고 위기 타개에 나섰다.이들 신품종이 키가 작아 포장 비용도 적게 들고 꽃다발, 꽃바구니, 꽂꽂이 등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우 씨는 “새롭게 변신하지 않고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식같이 키운 기존 품종을 갈아 엎었다”며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어 도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새 품종은 한단(10송이)기준으로 기존 품종에 비해 60% 더 높은 갸격을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농사일 틈틈히 인근의 밀양 연가길(1.5㎞)을 거닐며 힐링을 한다. ‘꽃길만 걷자’고 다짐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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