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그동안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 시민을 불안하게 했던 노후 굴뚝(국제신문 지난 3월 28일 자 9면 보도)의 실태조사에 뒤늦게 착수했다. 하지만 시는 노후 굴뚝의 보수와 철거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의사가 없어 이번 실태조사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인다.

시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각 구·군에 설치된 굴뚝 현황을 조사한다고 18일 밝혔다. 시는 부산 전역에 목욕탕, 공장, 노후 아파트 단지 등에서 설치한 굴뚝이 대략 800~900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건축법상 굴뚝은 별도 관리대상이 아닌 탓에 정확한 개수, 위치, 건축 시점을 알 수 없어 시민 불안은 나날이 커진다. 실제 지난 3월 13일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목욕탕 굴뚝에 길이 1ｍ가량의 균열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내부 철근 구조물이 노출돼 인근 주민의 불안이 고조됐다.

시는 실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각 구·군을 통해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굴뚝을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3종 시설물’로 지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노후 굴뚝은 구·군이 매년 한 차례 현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의 이번 실태조사를 두고 일선 지자체는 굴뚝 관리 등에 있어서 입장이 엇갈린다. 사상구 관계자는 “사용하지 않는 굴뚝을 매년 구·군이 점검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3종 시설물로 지정해도 안전 점검, 보수 등은 소유주가 해야 한다”며 “조사를 반복하기보다 시가 비용 일부를 지원해 문제가 될 굴뚝을 철거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예산 확보도 쉽지 않고, 현재로서는 지원할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목욕탕 업계도 시의 지원을 희망한다. 한국목욕장업 중앙회 부산지회 관계자는 “굴뚝 하나를 철거하는데 3000여만 원이 들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면 협회는 시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부산시의회 이동호(북구3) 의원은 “내년 상반기 중 관련 조례를 제정해 노후 굴뚝 철거 등을 위한 시의 지원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목욕탕 굴뚝은 과거 물을 데우려고 유황이 든 벙커C유 보일러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매연을 배출하기 위해 생겼다. 1990년대 후반부터 목욕탕 보일러가 심야 전기나 도시가스 보일러로 대체되면서 현재는 굴뚝을 사용하지 않는다. 2017년 시 조사에 따르면 부산에는 노후한 채 방치된 굴뚝이 297개에 달한다. 이 중 23개는 1960년대에 지어져 철거가 시급하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