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PA, 내년 4기 시범 가동 돌입
- 선박·선사 사용거부땐 방법 없어
- 특례요금 적용요청에 한전 난색
초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항만의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려고 도입한 육상전원공급장치(AMP)가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하 항만대기질법)에 AMP 설치는 의무화했지만 사용을 강제화하는 내용은 빠진 탓이다.
부산항만공사는 다음 달 5일부터 부산항 신항 3·4부두 4개 선석에서 4기의 AMP를 시범 가동한다고 28일 밝혔다. 총사업비는 120억 원(국비 48억 원·BPA 72억 원)이다. BPA는 부산항 북항에도 AMP 가동 계획을 세우고 현재 설계용역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전국 항만에 내년 24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248개의 AMP를 설치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10년간 단계적으로 초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대형 선박(1만t급 이상 화물선과 컨테이너선)이 드나드는 모든 선석에 AMP를 둔다는 방침이다.
AMP는 항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일 목적으로 설치된다. 통상 항만에 접안한 선박은 자체 연료(벙커C유)를 사용해 발전기를 돌려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데 선박유가 연소하면서 황산화물과 미세먼지가 대거 발생한다. 이것이 초미세먼지의 원인이 된다. AMP는 육상에서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선박유 사용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개념이다.
201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보고서를 보면 부산지역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 중 선박의 비중이 5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선박 1척이 디젤차량 5000만 대분의 황산화물을 배출하고, 트럭 50만 대분의 초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은 수도권보다 미세먼지 농도는 낮지만 유독 초미세먼지만은 항상 1위를 기록하는 이유가 ‘항만도시’ 탓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항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AMP 설치를 의무화한 항만대기질법이 시행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AMP 설치는 의무화했으나 선박이나 선사가 사용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게 법의 맹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AMP 사용을 의무화한 것과 대비된다. 비용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AMP를 설치해 운영한 경험이 없어 선사는 얼마나 많은 전기요금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전기요금이 선박유보다 싸다면 AMP 사용을 꺼릴 수 있다.
해양수산부와 BPA는 AMP 사용을 활성화하고자 지난 6월 선사·터미널 운영사와 ‘선박에 AMP에서 나오는 전기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최대한 구비한다’는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항만공사는 선사 부담을 고려해 2년간 설비 운영 인건비와 전기요금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기본료를 지원하고, 한국전력공사에는 AMP 전기요금에 전기차 충전비(㎾당 173원)와 같은 특례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로서는 산업용 전기요금(㎾당 203원)을 적용해야 해 전기요금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한전 측은 “AMP 사용에 특례요금을 적용하려면 먼저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수부 간 합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난색을 보인다.
한 전문가는 “해수부는 선사를 최대한 유치해야 하므로 AMP 사용을 강제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항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