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 처우·각종 부정 의혹에
- 개장 이후 총 6명 극단적 선택
- 마사회 수사의뢰·내부 감사 돌입
- 내·외부서 “근본책 마련” 목소리
승부 조작·채용 비리 의혹에 열악한 처우로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노동자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제기된 의혹 해소를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자체 감사에 나섰지만 노조는 “근본 해결책이 없는 물타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지난달 29일 새벽 기수 A(40) 씨가 기수 숙소 내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유서에서 ‘조금만 못 뛰면 등급을 낮춰서 하위군으로 떨어뜨린다. 작전 지시부터 아예 대충 타라고 한다.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면 다음에는 말도 태워주지 않는다’며 조교사의 승부 조작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유서에서 한국마사회의 조교사 허가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도 제기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개장 이후 모두 6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죽음으로 내몰렸다. 지난 7월 개인적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B(37) 씨를 제외한 3명의 기수는 조교사·마사회와의 갈등 또는 치열한 경쟁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말을 키우고 훈련하는 마필관리사 C(38) 씨 등 2명도 2017년 열악한 처우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계속되는 극단적 선택에 한국마사회는 애도를 표하는 한편 정확한 사인 규명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달 29일 경마 일정을 중단하고 내부 감사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행보를 바라보는 노동조합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양정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 지부장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마사회는 부인하나 조교사 허가 과정의 비리 의혹은 공공연하다”며 “조합원과 논의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수·마필관리사를 향한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 근절 ▷열악한 처우 개선 ▷마사회의 공정성 제고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마사회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김도읍(북강서을) 의원은 “이어지는 죽음은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른 산업과 달리 사행산업은 승부 조작, 채용 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경마뿐만 아니라 경륜도 마찬가지”라며 “기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은 한계가 있기에 법제화를 통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수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