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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27> 사천의 낚시선장 문계철 씨

고기 낚는 게 좋았던 폰가게 사장님, 아예 낚싯배 사서 삼천포 누비다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9-12-01 19:56:2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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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서 휴대전화 영업했던 문 씨
- 한때 점포 2곳 운영할 만큼 호황
- 대기업 직영점 늘며 매출 하향세
- 결국 장사 접고 ‘제2 인생’ 고민

- 친구가 배 내놓았다는 소식 듣고
- 낚시광이던 그는 “그래! 이거다”
- 배 빌려 어업 도전… 큰 배도 인수

- “진상손님 등 힘들어도 즐거워요”
- 연매출 7000만~8000만 원 달해

“몸은 고단하지만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내가 즐기는 일을 신명 나게 할 수 있는 데에 감사해요. 바다건 산속이건 영혼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모르겠습니다.”
   
동료 낚시인과 함께 삼천포항 앞바다에서 갑오징어를 낚고 있는 문계철 씨. 갑갑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넓은 바다에 나오면 피곤한 줄 모른다는 그는 ‘갯내음’ 나는 바다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단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도시에서 휴대전화 가게를 두 개나 운영할 정도로 ‘도시스럽게’ 살다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경영이 어려워지자 어느 날 미련없이 털어버리고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마음껏 하기 위해 낚싯배 선장으로 변신해 ‘어촌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문계철(37) 씨.

그는 사천시 귀어인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억척 청년으로 꼽힌다. 진주에서 태어난 문 씨는 국내 굴지의 오디오 전문 생산공장에 근무하다 2007년 7월부터 진주에서 휴대전화 가게를 운영하는 등 한때는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었다. 당시에는 휴대전화 가게의 벌이가 괜찮았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부인을 만나 결혼도 하고 2011년에는 점포를 하나 더 차려 사업을 확장했다.

   
바닷가 방파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 씨의 자녀들.
그러나 사업을 확장한 지 2, 3년 만에 가게 매출은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대형 자본이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었고 대기업의 직영점이 늘어나면서 점점 힘들어졌다. 그러자 문 씨는 2016년 봄에 재빨리 가게를 접고 두 달 가량을 쉬다가 낚시업에 뛰어들었다.

작은 낚싯배를 운영하고 있던 친구가 큰 낚싯배를 사면서 갖고 있던 작은 낚싯배를 팔려고 내놓자 이를 빌려서 운영하기로 했다. 고된 낚시업에 뛰어들려는 문 씨를 만류하던 친구도 바다를 좋아하고 낚시를 즐기는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낚싯배를 꼭 하려거든 빌려줄 테니 1년만 운영해 보고 힘들면 돌려달라’며 빌려줬다.

사실 문 씨는 군대를 전역한 뒤부터 틈틈이 낚시를 즐기다가 10여 년 전부터는 ‘시간이 나면 낚시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서 낚시하러 갔다’고 할 정도로 낚시광이었다. 밤 10시쯤 되면 2, 3명의 ‘꾼’들을 모아 주로 삼천포 앞바다를 누볐다. 남일대 해수욕장 인근의 진널 방파제에서부터 실안동 산분령까지 삼천포항 주변의 낚시터는 ‘눈을 감고도 찾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꿰고 있다. 남해안의 해안이나 섬은 물론 선상낚시까지를 그야말로 ‘미친 듯이’ 다녔다. 그런 문 씨가 휴대전화 가게도 접어 새로운 할 일을 찾고 있을 때 ‘낚싯배를 내놨다’는 친구의 말에 귀가 번쩍 띄어 ‘바다 사나이’로 변신하게 됐다.

빌린 낚싯배는 3t으로 승객 7명을 태울 수 있는 작은 강화플라스틱(FRP) 선박이었는데 문 씨의 귀어는 시작부터 좋았다. 2016년 7월 당시 삼천포항 일대는 문어낚시 시즌이었고 조황도 좋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낚시 동료에게만 소문을 냈는데 진주 인근은 물론 대구와 대전 등지의 낚시꾼들도 알고 찾아왔다. 이때는 일주일에 4, 5일은 바다에서 보냈다. 새벽 6시쯤 일어나 출항 준비를 하고 7시쯤 바다로 나가면 오후 3~4시에 귀항했다. 몸은 고단해도 즐거웠다. 문어낚시가 끝날 때쯤 겨울 감성돔 낚시 철이 시작돼 이듬해 봄까지 계속됐다. 귀어 첫해에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듬해에는 진주에 있던 가족도 사천시 대방동으로 이사를 했다. 물이라면 자다가도 놀란다는 부인이 처음에는 이사를 꺼렸지만, 남편을 돕겠다며 나섰다.

문 씨는 신이 났다. 낚시를 하려는 단골이 늘어나고 틈틈이 고기를 잡아 수협에 판매하자 소득도 괜찮았다. “연 매출이 7000만~ 8000만 원은 되는 것 같다”며 “보험이나 유류대, 선박 유지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직장인 친구들의 벌이보다 나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귀어를 시작한 지 3년2개월만인 올 9월에 3억 원을 들여 7.93t의 중형 낚싯배를 샀다. 말이 중형이지 승선 인원 18명의 이 배는 이 바닥에서 대형 낚싯배로 통한다.

처음에는 가끔 배멀미도 했고 새벽 5~6시에 일어나 출항 준비를 할 때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도시에 있을 때보다 스트레스가 없어 좋았다. 말 그대로 자유 새가 돼 바다를 나는 기분이란다. 바다에 나가면 승객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단다. 갑갑하다며 구명조끼를 입지 않으려 하거나, 여름에는 슬리퍼를 신고 다니려 해 실랑이를 벌일 때가 많다. 승선할 때 반입을 금지하는 술을 몰래 가지고 와 낚시를 하면서 마시려는 승객과는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단다.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선박 안을 돌아 다니며 짜증을 내는 바람에 다른 낚시객의 신경을 거스르는 경우가 있어서 달래느라 진땀을 뺄 때가 많다. 그래서 손님이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낚시 포인트를 찾아 주는 일이 중요하다.

문 씨도 귀어 초기에는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어촌계나 낚시어선협회에 가입되지 않아 배를 정박시킬 자리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잘 아는 사람의 선박이 출항했거나 수리를 하면 그 자리에 잠시 정박하거나 멀리 1~2㎞ 떨어진 곳까지 가서 묶어둘 때도 있다. 그러다가 친분이 쌓이고 문 씨의 진심을 알아주는 동료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낚시 선단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다.

문 씨는 “결혼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지난해에 처음으로 아이들과 해외여행을 했을 정도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이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지않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는 지금이 좋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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