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까지 납부하고 분양받은 아파트 일부 세대가 사라져버렸다. 분양받은 아파트가 있더라도 단지 전체 설계가 바뀌어 사정이 달라졌다’.
 |
| 통영 삼정그린코아 부지가 조망권 소송 이전 분양자와 계약 해지 문제로 2년 넘게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다. |
경남 통영시 관문인 광도면에 추진 중인 ‘통영 삼정그린코아’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실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부산에 본사를 둔 중견건설사 ㈜삼정은 통영 삼정그린코아의 시행·시공을 맡아 2017년 9월 분양에 들어갔다. 21만 ㎡ 부지에 들어서는 통영 삼정그린코아는 모두 13개동 1257세대로 구성됐다. 하지만 본격 분양과 함께 인근의 동원·중고등학교를 소유한 학교법인 동원학당과 소송에 휘말렸다. 동원학당의 소유주 역시 부산에 본사를 둔 건설사인 동원개발. 동원학당이 통영 삼정그린코아가 계획대로 들어서면 학교 앞 바닷가의 조망을 가려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다행히 통영시와 ㈜삼정, 동원학당은 지난해 5월 학교 조망을 가리는 6개동의 층수를 1~3층 낮추는 대신 나머지 7개동의 층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합의하고 법원에 관련 내용을 제출했다. 전체 세대수는 1257세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설계 변경에 합의하고도 지금까지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실제 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 현장은 허허벌판 그대로 먼지만 날리고 있다. 설계 변경 전에 이미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 침체와 소송전이 겹치면서 분양 세대수는 193세대로 저조한 편이었다. 설계 변경을 위해서는 현행법상 기존 분양 계약을 모두 해지해야 한다. 이런 일을 전혀 예상치 못한 분양자들 입장에서 한마디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동원학당과 합의 과정에서 193세대 가운데 49세대는 분양 받은 층이 없어져버렸다. 나머지 분양자도 애초 생각했던 단지 모양이 바뀌니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내 집 마련 계획 자체가 헝클어진 게 가장 억울하다. 한 분양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황당함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분양자는 “사업 시행자가 인근 학교와 분쟁도 해결하지 않고 무턱대고 분양에 나선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까지 193세대 가운데 141세대가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2세대는 시행사 측과 소송을 벌이거나 관망 중이다. 시행사 측은 분양자들과 적극적인 합의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20세대 정도는 아직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정 관계자는 “아직 해결 안 된 20세대에 대해 위약금을 물고 계약 해지한 뒤 설계변경을 통해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정상 분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이에 앞서 한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 15개동 1269세대로 계획했으나 공사 현장에서 조선 시대 성곽인 원문성의 일부가 발견되면서 문화재청이 성벽 좌우 7m씩을 보존하고 나머지 부지에 아파트 건립을 허가하는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1차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동수가 줄자 시공사 측은 아파트 각 층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변경을 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