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서에 “윤 총장에 가족배려 부탁”
- 총 9장 유서 중 尹에 3문장 남겨
- 경찰도 “이례적 압수수색” 격앙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했다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검찰 수사관의 사망 경위를 두고 청와대·여권과 검찰이 충돌 양상을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은 “과도한 억측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원인이라고 검찰을 몰아붙였고, 검찰은 A 수사관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며 경찰을 압수수색하면서 경찰로부터도 강력한 반발을 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접객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은 A 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전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동부지검 소속 A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고자 법원의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수사관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규명하는 데 휴대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A 수사관은 전날 서울 서초동 한 지인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일부 언론은 ‘A 수사관이 남긴 자필 유서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죄송하다” “미안하다”고 하는 내용’이라 전했지만, 실제로는 윤 총장을 향해 ‘자신의 가족을 배려해 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A 수사관은 비극적인 선택을 하기 전 A4 용지 9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특히 주목되는 내용은 윤 총장 앞으로 별도로 남긴 3문장가량이다. A 수사관은 “윤석열 총장께 면목이 없지만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 같은 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A 수사관을 죽음으로 몰았다. 개인적인 비극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A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고자 경찰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경찰도 격앙된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대단히 이례적인 압수수색”이라며 “A 수사관의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 긴급하게 유류품을 가져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수사관은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 비서관실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백 전 비서관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에도 A 수사관을 울산지검으로 불러 백 전 비서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 전달과 수사 개입 등 각종 의혹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이 김 전 시장 수사 상황을 A 수사관이 속한 특감반을 통해 직접 파악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었다. 여권은 검찰이 A 수사관의 개인적 사안까지 꺼내 들어 압박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청와대는 A 수사관이 검찰 조사 전후 청와대 동료 행정관과 나눈 대화를 전격 공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A 수사관은 울산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청와대 행정관 B 씨에게 전화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우리는 울산에 고래고기(검경 갈등의 대표적 사건) 때문에 간 적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직후인 지난달 24일에는 울산지검 조사에 동행한 행정관 C 씨에게 전화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A 수사관 사망 이유로 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