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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따라 악플 처벌 기준 오락가락…여론 부글부글

대기업 사내 성폭력 기사 댓글에 ‘원나잇·진흙탕 싸움’ 쓴 네티즌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12-09 19:58:08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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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자신의 추측 표현한 것뿐”
- 1심 유죄 뒤집고 2심 무죄 내려
- ‘꽃뱀’ 적시 다른 네티즌은 유죄

- ‘악플’ 사회문제 대두 분위기 속
- 유죄 판단범위 확대 지적 잇따라

대기업 사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의 유무죄 판단을 법원이 달리하면서 논란이 인다. 법원은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모멸하는 단어를 써야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법원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악성 댓글을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감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지법 형사4부(전지환 부장판사)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A(47)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원심은 지난 8월 A 씨가 쓴 두 건의 댓글 중 한 건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25만 원을 선고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1건의 댓글도 무죄로 판단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A 씨는 2017년 11월 5일 모 대기업 사내 성폭력 사건을 다룬 ‘○○ 성폭행 논란, 진실게임 번지나’ 제목의 인터넷 기사에 ‘남잔 그냥 원나잇 한 건데 여자가 깊은 사이라고 생각하고 진흙탕 싸움하는 거구만’이라는 댓글을 작성했다. 이에 1심은 “(이 댓글은) 피해자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 전제된 표현으로, 상대방을 강간죄로 고소한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돼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정도의 표현”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재판부는 “‘원나잇’ ‘진흙탕 싸움’이라는 표현은 피해자를 직접 대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기사를 본 피고인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와 교육담당자(가해자)가 서로 사건의 실체를 다투는 상황에서 기사를 읽고 자신의 추측을 댓글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A 씨가 쓴 또 다른 댓글은 1, 2심 모두 무죄로 봤다. A 씨는 2017년 11월 6일에도 같은 기사에 ‘술 먹고 꽐라돼서 여자가 (…) 당해버린 뒤 그대로 잠들고 일어나서 (…) 강간당했네 신고하면 강간 되는 건가?’ 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1심 재판부는 “법률에 무지한 피고인이 심신상실의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상대방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해하는 표현”이라고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기각했다. 

같은 사건을 다룬 다른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이 유죄를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달 부산지법 형사2부(황현찬 부장판사)는 ‘○○ 여직원 사내 몰카-성폭행 피해 주장 논란’ 기사에 ‘꽃뱀이 왜 성폭행 피해자냐’는 댓글을 작성한 혐의(모욕)로 재판에 넘겨진 B(34)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기사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말이라도 ‘꽃뱀’은 피해자를 가리키는 표현이고, 이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경멸적 감정을 담은 표현”이라고 판시했다.

부산지역 한 변호사는 “B 씨는 ‘꽃뱀’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썼고, A 씨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한 차이가 유무죄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법원이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악성 댓글’의 유죄 판단 범위를 보다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 피해자가 모욕감을 느끼면 ‘2차 피해’인데 법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판사들의 젠더 의식이 부족해서 나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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