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 등 준비하기에 부족하고
- 차후 분쟁 생길까 이웃 못 나서
- 실제 공영 장례 ‘0’… 무용지물
- 지원금 2배 김해에선 7명 추모
- 서울도 구청서 상주 맡아 장례
- 부산시 통합 정책 필요성 커져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제정된 부산지역 구·군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례가 규정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비용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연고자 대신 이웃이 장례를 대신 치렀다간 분쟁이 생길 수 있어 선뜻 나서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역 무연고 사망자 수가 2017년 137명, 2018년 221명, 2019년(6월 기준) 130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라고 10일 밝혔다.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은 보건복지부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장이나 매장 후 10년간 보관된다. 범죄 관련 가능성이 높아 매장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별도의 추모 의식 없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이동하는 ‘무빈소 직장’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 역시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보건복지부는 ‘장사 안내 업무’ 가이드라인 통해 지자체에 무연고 사망도 추모 의식을 진행하라고 권고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북구가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든 데 이어 동래구 해운대구 기장군 서구가 잇따라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해당 조례는 ‘수의 관 등 장례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구별로 무연고 사망자 1인당 대략 75만 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국제신문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조례에 따라 실제 고인을 기리는 의식이 이루어진 사례는 지금까지 전무하다. 북구 관계자는 “요청이 있으면 장례식을 치를 수 있지만 이 예산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비영리단체의 도움도 요원하다”고 말했다.
연고자 대신 이웃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한 조항도 실현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웃에 장례 비용을 지급했다가 추후 연고자가 나타나 장례업체에 비용을 돌려달라고 할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한 장례업체는 이웃에게 구청에서 받은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관한 확인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웃으로선 부담이 커 선뜻 나서기 어렵다.
북구 동래구 해운대구 기장군 서구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구·군은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관한 조례조차 없다. 지자체 대부분이 “예산 마련이 어렵고, 이웃 등 주위에서 장례식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아 굳이 필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시는 “무연고 사망자 처리는 구·군 소관이라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나서 대비된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 2월 ‘공영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1일 장을 치른 뒤 추모공원에 화장, 안치까지 할 수 있게 사망자 1인당 15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지난 2월부터 7명이 지원받았다. 서울시는 구별 조례만으로는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해 지난 3월 시 차원의 ‘공영장례조례’를 별도로 제정했다. 올해 4억3000만 원을 배정해 1인당 장례비로 90만 원을 지원하고 안치비는 시와 구가 반반씩 부담한다. 이 밖에 비영리단체와 함께 고인 추모의식을 진행하고, 무연고자가 장례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콜센터도 운영한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북 네 모녀’의 장례식이 10일 오전 서울 강북구 소재 서울좋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숨진 이들의 장례를 맡을 유족이 없어 장례식은 서울시 공영장례조례에 따라 무연고자에 대한 공영장례로 구청이 치렀다. 상주 역할은 구청 직원과 성북동 주민이 맡았다.
비영리단체 ‘나눔과 나눔’ 박진옥 상임이사는 “실제로 무연고자를 만나면 ‘내가 죽으면 내 장례는 누가 치르나’고 걱정하는 분이 많다. 우리 단체에 미리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뒷일을 부탁하는 분도 계신다”며 “부산시는 정책과 예산 편성으로 이들도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구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행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