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시달리던 부산 직장인
- 합천 전원주택 짓고 주말 즐겨
- 3년 뒤 온전한 ‘귀농의 길’ 결심
- 1년간 공부하고 버섯 재배 입문
- 종균기능사·종자관리 자격 취득
- 법인 설립하고 재배사 5동 운영
- 전국 농가와 인터넷 판매 펀딩
- 농업고와 체험교육 산학협력도
경남 합천군 청덕면 두곡리에 귀촌 둥지를 튼 김정국(49) 씨는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귀촌 7년 차, 귀농 3년 차’라는 수식어를 빼놓지 않는다. 그는 독특하게 귀촌으로 시작했다가 전업농으로 전환,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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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합천군 청덕면 두곡마을로 귀촌한 김정국 씨가 버섯재배사에서 버섯 배지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민용 기자 |
부산 토박이인 그는 부산에 있는 한 자동차서비스업체의 촉망받는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팀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돌연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언제부터인가 잦은 야근과 불만 민원 처리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었다”는 그는 “거창한 전원생활을 꿈꾼 것은 아니고, 단지 스트레스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귀촌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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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각영지버섯은 약용으로 인기가 높다. |
농사일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그는 처음부터 귀농을 계획하지 않았다. 단지 한적한 농촌에 전원주택을 짓고 도시에 있는 직장을 오가며, 조금은 여유롭게 인생을 살자는 생각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의 동의를 어렵게 얻은 그는 합천군 청덕면 두곡리에 96㎡ 규모의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를 했다.
귀촌생활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옮긴 직장 역시 소재지가 부산인 탓에 그는 주말에만 전원을 즐겨야 했다. 노년의 귀촌은 노후자금으로 한적한 농촌생활을 즐기는 것이지만, 귀촌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그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농사일을 생각지도 않았으니 도시에 있는 직장을 계속 다녀야 했고, 귀촌의 의미도 퇴색됐다. 귀촌 3년 동안 직장이 있는 도시와 전원주택을 오가던 그는 도시로의 회귀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 번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온전한 귀촌의 길을 선택했다.
귀촌 결정과 함께 추진한 전원주택 짓기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건축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영공사를 했던 그는 “시공을 건설업체에 전부 맡기는 것도 생각했지만,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일 생각으로 직영공사를 했다”며 기초공사, 전기공사, 내부인테리어 등 공정별로 직접 발주해 집을 지었다. 그러나 공정마다 업체를 물색하고, 공정별로 건축에 대한 시각이 달라 이를 조정하는 일에 녹초가 됐다. 그는 “직영공사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비용 절감효과는 적고, 완공된 주택의 완성도도 많이 떨어진다”며 “두 번째 하면 좀 나아질 수 있겠지만, 처음 집 지을 때는 직영공사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도시를 오가는 반쪽 귀촌에 지쳐갈 무렵 그는 “근원적인 귀촌은 농업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도시생활을 완전히 접고, 귀농학교에 등록했다. 1년 동안 농업의 기초를 배우고, 집과 가까운 곳에 농사 지을 땅을 물색하고, 재배 작물에 대한 검토에 매달렸다.
그가 선택한 작물은 버섯이었다. 농사를 지을 땅도, 투자금도 마땅치 않았던 그는 버섯은 단위 면적당 재배 양이 많고 투자 대비 수익성도 높은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또 버섯은 수확 시기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버섯 가운데 대중성이 높은 표고버섯과 약용으로 인기가 높은 녹각영지버섯을 집중적으로 재배한다.
그는 “처음에 원목 재배를 생각했지만, 자금 회전이 늦어 배지 재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버섯 재배는 주로 원목을 이용한 원목 재배와 톱밥을 이용한 배지 재배가 있다. 원목 재배의 경우 원목 수급 문제와 노동력 부담이 높다. 반면 배지 재배는 톱밥과 버섯균을 혼합해 봉지나 병에 넣어 배지를 만들고, 그 배지를 살균, 접종, 배양 후 농가에서 재배하는 방법으로 비용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
도시 직장생활의 경험은 나름의 장점도 있었다. 지역 농민에 비해 정보 수집이 빠르고 이를 현실에 접목하는 대응력도 남달랐다. 그는 버섯재배를 시작하면서 곧장 법인화와 버섯전문가의 길을 모색했다. 그는 종균기능사 자격 취득에 이어 관련업을 3년 이상 한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을 주는 종자관리사 자격증도 올해 취득했다.
그가 설립한 농업회사법인인 ‘더 버섯랜드’에는 동당 165㎡ 규모의 재배사 5동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약용 녹각영지버섯 재배를 위해 하우스 3동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판로를 확보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공판장을 비롯해 합천파머스 조합, 전국 9개 버섯농가가 함께 인터넷 판매를 도모하는 와디즈(WADIZ) 펀딩까지 했다. 여기에다 그는 가천대학교,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 등과 산학 협력을 맺고 체험교육 유치에도 열심이다. 1차 생산물의 판매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은 개인의 수익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요즘 작목반을 통한 마을 단위 수익 사업에 고민이 많다. 일정한 수량의 농작물이 생산돼야 대형 소비처와 거래할 수 있는 만큼 임차한 합천 산림조합재배사에 작목반과 함께 들어가 배지를 공급, 생육해 학교 급식 등 대량 공급처를 물색하고 있다.
“주변에서 귀촌과 귀농에 대해 많이 물어보지만 절대 환상을 심어 주진 않는다. 반대로 이 꽉 깨물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그는 “나 역시 안정적인 정착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직 헤쳐나가야 할 과정이 많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