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의 통과 어려운 중심경관지구
- 매수자 나올 때까지 방치될수도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의 폐업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폐업은 불법”이라며 소송은 물론 농성 집회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은 예고한 대로 오는 30일 입실한 고객이 다음 날 퇴실한 직후 폐업한다고 17일 밝혔다. 폐업 이후에는 정문을 비롯해 건물 전체를 통제할 예정이다. 폐업 시기가 다가오면서 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 측의 반발은 거세진다. 올여름 해운대그랜드호텔이 폐업을 선언한 이후 노조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호텔 앞에서 소규모 집회를 이어왔다.
노조는 단체협상 내용상 호텔 폐업 땐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데 호텔 측이 노조에 단순히 통보만 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오는 31일부터 호텔 내부에서 농성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조 김옥경 위원장은 “영업도 잘되고 자본도 많은 호텔이다. 폐업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변호사를 구했고 소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호텔을 공개 매각하고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서울의 한 시행사가 이 호텔을 매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철회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인수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자가 나타난다 해도 호텔 영업이 아닌 용도변경을 노린 매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는 용도상 일반상업지역이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근린생활시설, 병원, 업무시설, 관광시설,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업무시설(오피스텔 포함)만 건립할 수 있다. 만약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을 지으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용적률은 1000%까지 허용 가능하지만 토지이용계획상 건물 높이가 90m 이하로 제한돼 있다.
호텔 부지는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으로 지정된 중심경관지구에 속해 있어 개발 단계에서 부산시 경관위원회와 건축위원회 심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시가 건축물 심의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각종 심의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아닌 다른 건물로 개발할 경우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시 심의 입안 자체를 구 차원에서 막을 것이다. 사업자가 정해지면 호텔을 짓도록 권장할 것”이라며 “다른 용도로 개발할 때는 높이 등을 규정에 맞게 엄격히 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운대그랜드호텔을 매입해 호텔 영업 대신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는 사업자가 건축물에 공공성을 강조하는 현 정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해운대그랜드호텔이 폐쇄된 상태에서 3년 이상 장기간 방치될 수 있다.
호텔 관계자는 “현재까지 호텔 폐업 말고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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