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제 수용 땐 혈세 투입 불가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인근 해안 보행로에 들어선 ‘수상한 울타리’(국제신문 지난 3일 자 9면 등 보도)가 있는 땅 매입을 놓고 해운대구와 부산도시공사 등 관계기관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해 빈축을 산다. 이 땅의 매입 과정에는 수십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여 예산 낭비를 우려하는 여론도 비등한다.
23일 부산 건설업계에 따르면 엘시티 인근에 설치된 울타리 용지(402㎡)의 공시지가는 16억 원이지만 감정평가 등을 거치면 이 땅의 가격은 60억~8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울타리를 설치한 지역 A건설사가 2007년 이 용지를 살 때 가격은 7억5000만 원에 불과했다. 결국 엘시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엘시티 사업자나 부산도시공사가 이 용지를 미리 매입만 했으면 수십억 원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게 구의 주장이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엘시티 사업은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으로 도시공사와 엘시티가 공동사업으로 진행했다. 사업계획을 세울 때 왜 이 용지를 사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도시공사는 이 용지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공사는 구의 이 같은 의견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해당 용지는 엘시티 사업용지 밖에 있어 도시공사가 신경을 써야 할 용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주변 도로까지 사업시행자가 책임질 수는 없다”며 “개인 땅인 것을 알았다면 구에서 이곳을 사업지구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이곳을 도로로 만들어 엘시티 준공 때 기부채납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엘시티와 해운대해수욕장 사이 보행로에 갑작스럽게 울타리가 설치돼 시민 불편이 잇따랐다. 건설업계는 개발사업의 구조를 잘 아는 A사가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전형적인 알박기’라고 비판했다. A사는 최근 구에 공문을 보내 공적인 입장에서 빨리 보상해주고 이번 사태에 자신들의 잘잘못은 따지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구는 A 사와 용지 매입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이면서 필요하다면 이 땅을 강제로 수용하고자 한다. 엘시티에서 이 용지를 매수해 구에 기부채납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엘시티 측은 “우리의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지만 모든 부담을 사업자에게만 떠넘기는 게 옳은지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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