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3일. 그날은 세계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상대로 인간계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이 ‘신의 한 수’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승리한 날이다.
내리 3판을 지고 있던 이세돌 기사가 180수 만에 알파고에게 불계승을 거두자 바둑을 잘 아는 사람도, 바둑돌을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사람도 모두가 환호했다.
이세돌 기사는 지난 18일에도 국내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한돌’에게도 승리하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선보였다.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간절함이 초인적인 힘을 낸 것인지 모른다.
지난 19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창원시 ‘북면1고’ 신설도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꼭 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돌부처 같았던 중앙투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든 ‘한 수’를 경남교육청이 찾은 것이다.
창원 북면 신도시에는 2개의 중학교가 있다. 오는 2022년 고교생이 102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가 단 한 곳도 없다.
이에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7월 마산가포고를 북면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마산가포고 동창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북면지역 주민들도 원하지 않는 이전을 반대했다.
결국 경남교육청은 같은 해 11월 마산가포고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준비가 미흡했다’는 따가운 질책이 이어졌다. 경남교육청은 중투 통과가 힘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고육지책’으로 북면에 고교를 신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상대로 지난 4월 중투에서 ‘학교 총량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북면지역 고교 설립 요구는 더 강해졌다.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면초가’ 지경에서 경남교육청과 창원시는 학교를 자체 재원으로 신설하겠다는 묘안을 냈다. 여기에 경남교육청은 ‘학군분리’라는 묘수까지 찾았다.
경남교육청 직원들은 20㎞, 60분 이상 걸리는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직접 체험한 뒤 중투위원들에게 세세하게 전달했다. 이 같은 노력은 학교 1곳을 없애고 한 곳을 신설한다는 ‘학교총량제’라는 철벽을 마침내 뚫었다. 간절함이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뿐이다.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정이 끝까지 나아가고자 한다면 ‘신의 한 수’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사회2부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