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5개월 복역하고 나오니 2살이었던 딸이 24살이 됐습니다. 딸이 낳은 손녀를 볼 때마다 어릴 적 보듬어주지 못한 딸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물고문의 고통을 참지 못해 ‘예’라고 한마디 했다가 이렇게 고통을 안고 살 줄 무지한 제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장동익(62) 씨와 최인철(59) 씨가 지난해 11월 14일 이 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심문기일에서 한 최종진술이다. 그리고 지난 6일 부산고법 형사1부 김문관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재심 결정을 고지(국제신문 지난 6일 자 9면 보도)하며 “청구인들에게 30년 가까운 세월이 어땠을지 최종진술을 듣고 극히 일부나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의 말을 듣고 그간 강도살인자의 가족이라는 무거운 굴레를 쓰고 살아온 이들의 가족은 눈물을 훔쳤다.
독재·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조직적으로 인권침해 수사를 자행한 경찰·검찰의 어두운 과거가 잇따른 재심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한 윤모 씨도 이들과 같은 처지다. 경찰의 혹독한 고문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한 뒤 2심부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이춘재가 스스로 8차 사건 범행을 자백한 뒤에야 윤 씨는 세상으로 나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30년 청춘을 빼앗긴 피해자는 있는데 이를 빼앗은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다. 장 씨와 최 씨를 고문하고 허위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의심받는 당시 부산 사하서 경찰관 5명 중 4명이 법정에 나왔지만 모두 “고문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 두 사람 인생을 망친 당시 사하서 형사과장은 ‘부산 경찰의 전설’이라는 별칭으로 호시절을 누렸다. 고문으로 조작된 경찰 조서만 믿은 검사와 허위 자백만으로 유죄 판단을 내린 판사들은 법정에 소환되지도 않았다.
경찰 검찰 법원은 이번 재심으로 억울한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함께 지난날 과오를 반성해야만 한다. 비록 장 씨는 “재판부가 사법부를 대표해 머리를 숙인다는 말을 듣고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고 말했지만 반드시 경찰 검찰 법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만 한다. 이는 두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앗아간 경찰 검찰 법원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사회1부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