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레이 판독·핸드 스캐너 등
- 4명 1개조로 금지품목 잡아내
- 한 달에 3번 16시간 종일 근무
- 보장된 휴식시간도 쪼개기 일쑤
- 노조 “공항공사가 개선책 묵살
- 미리 대처했다면 혼잡 없었을것”
- 공사 측 결원 충원 계획 밝혀
지난 1일부터 김해국제공항 보안검색 직원으로 일하게 된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항공보안파트너스 소속 A 씨는 새벽 3시에 잠에서 깨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집이 공항과 멀어 새벽 근무조 출근 시간인 오전 5시30분까지 공항에 도착하려면 이른 새벽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다.
오전 6시 김해공항 문이 열리자마자 밀려든 출국자로 A 씨는 피로를 느낄 새도 없다. 10~20초 내 흉기 등 기내 반입금지 물품을 잡아내기 위해 보안검색대 엑스레이 화면을 뚫어져라 살핀다.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옷차림이 두꺼워지면서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 늘어난다. 혹시라도 보안사고를 내 국토교통부가 과태료를 부과하면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선배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250만 원이 채 안 되는 월급에서 물어줘야 할 수도 있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보안검색대 한 곳에는 4명이 한 조를 이뤄 20분씩 돌아가며 ▷안내 ▷승객 물품 정리 ▷핸드 스캐너 ▷엑스레이 판독을 맡는다. 2시간 같은 20분이 지난 뒤 핸드 스캐너를 들고 승객 신체 검색에 나섰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이면 사람이 몰려 짜증이 난 승객이 보안검색 직원에게 분풀이하는 탓이다. 일부 남성 승객은 여성 직원의 요청에 성희롱을 일삼는다. 하지만 다른 선배가 그래왔듯 A 씨는 못 들은 척 꾹 참으며 일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김해공항 보안검색 직원의 노동환경은 열악, 그 자체다. 보안검색 직원은 신년부터 용역업체에서 공항공사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신분이 전환됐지만 근로조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심지어 한 달에 2, 3번 오전 5시3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올데이 근무’에 투입되면 극심한 피로에 시달린다. 주52시간 근무를 위해 6조 5교대 근무를 하지만, 5일에 한 번 하루의 휴무가 주어질 뿐 공휴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는 무관한 삶을 산다.
더구나 하루 근무 중 40분으로 보장된 휴식 시간은 인력 부족으로 20분씩 쪼개 쉬는 처지다. 보안사고 발생에 대한 페널티로 국토교통부가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면 직원이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 용역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과태료를 직원에게 떠넘는 일이 다반사였던 것이다. 직원들은 올해부터 자회사로 전환됐지만 이런 관행이 바뀌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노총 전국보안방제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31일 18명이나 되는 김해공항 보안검색 직원의 무더기 퇴사는 예견된 사태였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3, 4개월 전부터 공항공사에 집단 퇴사 가능성을 알리고, 자회사 전환 뒤에는 휴일 보장, 예비 인력 확충 등 근로조건을 개선해달라고 공사 측에 꾸준히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빠른 대처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게다가 공항공사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보안검색 직원을 위한 돌봄 대책 마련도 사실상 무시했다”고 토로했다. 공항공사는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한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사에서 휴식 시간을 쪼개서 사용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2018년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으로 스트레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보안검색 직원 중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항공사와 자회사는 오는 10일께 결원 충원을 위해 직원 모집을 공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채용해도 교육 후 현장 투입까지는 적어도 2, 3달이 걸려 공항 혼잡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설 연휴에는 혼잡도가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온라인 여행 카페에는 “지난 6일 출국했는데 발권부터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 평소엔 20분 정도였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비행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2시간30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고 불평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