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면적(769.89㎢) 중 산지가 절반(347.15㎢)가량인 부산에서 평지는 매우 귀하다. 평지 대부분에는 이미 주거지나 공장으로 채워진 상태다. 평지가 모자라 산등성이에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부산을 상징이기도 하다. 서부산권의 낙동강 하구에는 보기 드물게 너른 평지가 있다. 부산시 홈페이지에도 ‘몇 개의 낮은 구릉을 제외하면 고도 5m 이하의 평야 지대’라고 낙동강 하구를 묘사한다. 부산에 마지막 남은 너른 평지. 낙동강 하구에 국가도시공원(국가공원)을 조성하자는 주장이 나온 가장 큰 배경이다.
- 부산공원 대부분 산이고 소규모
- 낙동강 하구, 유일한 평야지대
- 국가공원 조성·지정 요건 갖춰
- 다수의 시·소설 문학 작품 탄생
- 44곳의 나루터는 스토리 보고
- 생태문화관광 거점으로 꼽혀
- 국가공원 최적지인 둔치도·맥도
- 명지지구·에코델타시티와 인접
- 인구 증가로 접근성 더 높아져
낙동강 하구가 국가공원 조성을 위한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낙동강 하구는 부산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낙동강 하구 곳곳에는 부산의 역사가 스며있는 다양한 유적이 남아 있다. 그동안 바다를 중심으로 성장한 부산의 관광산업에 국가공원이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
 |
|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이 9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낙동강 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 1호’ 등 올해 10대 의제를 발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평지공원 적은 부산
국가공원은 법적으로 ‘국가적 기념사업을 추진하거나 자연경관 및 역사·문화 유산의 보전’을 위해 조성하는 공원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공원 조성·관리는 지자체가 담당한다. 국가공원은 국토교통부장관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대규모(90만 평 이상) 공원이라는 점이 일반 공원과의 차이점이다.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한 뒤 공원을 만들고, 정부에 국가공원 지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아직 우리나라에 국가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없다. 현재 조성 중인 서울 용산공원이 국가공원 지정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는 공원으로 불리는 곳이 많지만 대부분 ‘산’을 ‘공원’으로 부르는 수준이다. 국가공원은 ‘만드는’ 공원이라는 데서 산을 중심으로 한 공원과 의미가 다르다. 산지 공원과 달리 평지공원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 시민 취향에 맞춘 여러 시설을 내부에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평지공원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산의 공원 인프라는 열악하다. 서울은 ▷월드컵공원(346만㎡) ▷올림픽공원(144만㎡) ▷용산공원(243만㎡)을 보유했다. 울산은 울산대공원(364만㎡)이 자랑거리다. 인천에도 266만㎡ 규모의 인천대공원이 있다. 2014년 개장한 시민공원은 부산을 대표하는 평지공원이지만 면적이 47만㎡에 불과하다. 해운대구 APEC나루공원(9만9000㎡)과 강서구 명지공원(17만㎡)도 부산에서는 상대적으로 너른 평지공원이지만, 다른 시·도와 비교하면 초라한 규모다.
9일 시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부산의 도시공원은 총 1010곳(7338만6000㎡)이다. 이중 조성이 완료된 도시공원은 487곳(597만5000㎡)이며, 172곳(2871만1000㎡)은 조성 중이다. 나머지 351곳(1548만2000㎡)은 도시공원으로 지정됐지만 세부 조성계획 없이 방치되고 있다. 특히 부산의 도시공원은 소규모로 쪼개져 난립한다.
■풍부한 문화자원 강점
풍부한 문화적 자원은 낙동강 하구에 국가공원을 만들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낙동강은 여러 문학작품을 탄생시켰다. 2016년 12월 부산연구원이 발간한 ‘서부산·낙동강 문학지도’를 보면 낙동강 하구인 구포 하단 에덴공원 을숙도 명지 다대포를 배경으로 28개의 시·시집·소설 등 문학작품이 나왔다.
낙동강을 소재로 한 김정한 선생의 ‘모래톱 이야기’와 ‘슬픈 해루’, ‘독메’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젊은 날의 초상’(이문열), 명지 배경의 ‘명지 뭍끝‘(박태일), 구포가 무대인 ‘그리운 구포’(최영철) ‘구포역’(양진건) 등도 있다.
단순히 문학 작품 뿐만이 아니다. 2018년 ‘100만평 문화공원 조성 범시민협의회’(이하 100만평협) 등 부산지역 10여 개 시민단체는 ‘낙동강 하구 생태문화관광 거점화 및 낙동강국가공원 조성 전략’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낙동강 하구 지역에는 동원진 구법진 감동진 가포 등 44곳의 나루터와 낙동강에코센터 을숙도조각공원 등 14곳의 문화시설, 구포 감동진 하역 재현 노래, 구포 대지 지신밟기, 구포 별신굿 등 6개의 민속 자원, 알터바위, 율리패총, 아미산 봉수대 등 26곳의 사적지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0년 낙동강 하구 100경을 발표했다. 진우도 모래해안, 가덕도 동백숲, 몰운대 등이 포함된다.
낙동강의 이러한 풍부한 문화자원은 새로운 관광지로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낙동강이 새로운 관광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0만평협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가공원이 낙동강 하구에 산재한 수많은 문화자원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최대현 대표는 “낙동강 하구를 중심으로 한 서부산 지역은 단순한 공업지역으로 인식되는데, 부산의 역사와 문화가 곳곳에 녹아 있다”며 “낙동강 하구의 생태자원과 문화자원이 만나면 부산의 관광산업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접근성도 뛰어나
낙동강 하구 국가공원 조성의 최적지로 꼽히는 둔치도와 맥도는 모두 부산 강서구에 있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부산의 외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강서구에 국가공원을 짓는다면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강서구 인구는 2016년 10만 명을 넘었다. 인구 감소세가 뚜렷한 부산에서 기장군과 함께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강서구 인구는 13만 3000명으로 집계된다. 2018년 10월 강서구 인구가 12만6000명 선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1년 만에 1만 명이 늘었다. 강서구 인구는 신도시가 조성된 명지지구를 중심으로 증가세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의 다른 지역에서는 인구가 소폭 줄었지만, 명지동 주민만 741명 늘었다. 시는 2017년 강서구 인구가 2035년에 14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 공교롭게도 명지지구는 둔치도와 맥도 인근에 있다. 2025년께 입주 시작 예정인 에코델타시티 역시 둔치도·맥도와 인접해 있다. 국가공원이 들어선다면 적지 않은 인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입지다.
부산연구원 이동현 연구위원은 “국가공원은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강서구가 더는 부산의 외곽지역이 아니다”며 “에코델타시티 개발 이후에는 강서구가 부산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