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심 배낭여행객 대표 사랑방
- 지난해엔 BIFF 공식 숙박시설
- “관광 자산 보존 부산시 나서야”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자갈치시장 현대화건물 내 소재해 배낭여행객들의 소통 공간으로 사랑받았던 ‘테라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닫는다. 지난해 진행된 부산시설공단의 공유재산 사용 입찰에서 낙찰받지 못한 탓인데, 지난 8년간 부산 원도심에서 커뮤니티센터 기능을 해오던 문화관광거점마저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에 희생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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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부산 자갈치시장 현대화건물 7층 테라 게스트하우스에서 박경희 대표가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사진들을 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
부산시설공단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자갈치시장 현대화건물 7층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에서 업체 2곳이 참여해 최고가(5700만 원)을 써낸 A 업체가 낙찰받았다고 14일 밝혔다. A 업체의 사용 기간은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2024년 12월 19일까지 5년간이다. 테라 게스트하우스 박경희 대표는 4500만 원가량을 써내 최고가 입찰에서 탈락했다. 박 대표는 “이 건물 7층이 공실이었던 2011년부터 게스트하우스를 꾸려왔는데 최고가를 써내지 못해 한순간에 비워줘야 한다니 상실감이 크다. 시설의 역사성은 깡그리 사라지고 비싼 입찰가만 남은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사용기간은 지났지만 내부 시설은 아직 그대로였다. 이날 취재진이 둘러본 내부에는 방문객의 메모와 기념사진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지난 8년간 다녀간 숙박객 수만 8만 명에 이른다. 초창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90%에 달할 정도로 해외 배낭여행객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원도심의 대표적인 문화관광거점으로서 역할을 해온 점이 다른 게스트하우스와는 다르다.
지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유명 저자나 강사를 초청해 각종 강연과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물론 자선 기부 콘서트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부대행사 참가자만 2000여 명으로 게스트하우스 측은 추산한다. 지난해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정하는 ‘비플하우스(BIFFle House)’에 선정되기도 했다. 비플하우스란 BIFF 기간 관객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숙박서비스로, 중구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비프 공식 초청작 관람은 물론 원도심 일대에서 진행되는 커뮤니티비프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또 이곳 야외 테라스는 남항대교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밤 야경으로 유명해 입소문이 났다.
관광 전문가들도 자갈치시장 게스트하우스의 안타까운 소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동서대 강해상(관광학부) 교수는 “새 업체가 낙찰받은 것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부산이 명실상부한 관광마이스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테라 게스트하우스 같은 작은 거점공간이 곳곳에서 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사라지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면서 “그동안 쌓아놓은 부산의 관광 네트워크 등 무형의 자산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고가 입찰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 조처인지를 부산시나 부산시의회가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이 게스트하우스가 부산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점은 알지만 경쟁입찰을 통해 적법하게 A 업체가 낙찰받았다”며 “테라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계약 기간이 종료됐으므로 현재 공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으며, 변상금을 부과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