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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ODA 시동 <3> 아세안을 잡아라- 영화·영상 분야

영화·영상 20년 인프라 축적…아세안판 ‘기생충’ 산파로

  •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   입력 : 2020-01-14 20:21:02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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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화의 도시로 이름값

- 작년 24번째 BIFF 성공 개최
- 영화의전당·촬영스튜디오 외
- 영상위·영진위도 자리잡아
- 영상산업 역량·인프라 갖춰와

# 아세안, 中 한한령의 탈출구

- 한국 콘텐츠 62.1% 경험 ‘익숙’
- 영화·영상 콘텐츠 기회의 시장
- 2016년 기준 495억 달러 집계
- 2021년까지 약 10% 성장 전망

# 공적개발원조 후속 정책 필요

- 시, 국제교류재단 연수가 전부
- 영상위 亞영화학교 ‘FLY’ 진행
- 영진위 한아세안영화기구 추진
- 관련 기관은 사업 발굴에 분주

부산은 ‘영화의 도시’라고 불리운다. 부산은 유무형의 영화 관련 경험과 전략을 축적한 도시다.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대표적이다. 몇 년 전 ‘다이빙벨 외압’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지난해 24번째 행사를 무사히 치렀다. 18만여 명의 관람객이 지난해 BIFF를 찾았다. 1999년에는 부산영상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상위원회’였다.

부산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수 많은 영화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2004년 수영만 요트경기장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부산 영화 촬영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시는 2008년 해운대구 센텀시티를 문화산업진흥지구로 선정했다. 2011년에는 센텀시티에 ‘영화의전당’이 완성됐다. 2014년에는 서울에 있던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부산으로 내려왔다. 부산이 ‘영화의 도시’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다.

농익은 부산의 영화·영상 인프라는 그 자체로 훌륭한 ‘상품’이다. 2020년을 들어 지난 20여 년 동안 투자해 얻은 부산의 영화·영상 산업을 공적개발원조(ODA)의 첨병으로 만들자는 내용이 물살을 탄다. 부산의 영화·영상 ‘노하우’에 아세안의 ‘가능성’을 접목하자는 것이다. 이미 일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세부 내용의 협의에 들어갔다. 아세안판 ‘기생충’의 산파 역할을 부산이 맡아보자는 원대한 목표다.
   
지난해 11월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FLY2019)에 참가한 교육생이 브루나이 현지에서 단편 영화 편집 작업(왼쪽)과 단편 영화를 촬영(오른쪽)하고 있다. 국제교류재단·부산영상위원회 제공
■한류 인기… 지금이 기회

영화·영상 분야를 ODA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류로 인해 우리나라의 영화·영상 산업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기생충’이 대표적이다. ‘기생충’은 지난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아세안 지역의 경우 중국의 ‘한한령’ 이후 중국 진출이 어려워진 한국 영화·영상 산업의 탈출구로 여겨진다. 지난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아세안 국가의 콘텐츠 시장 동향과 콘텐츠 파트너십 사업 소개’에 따르면 아세안 주요 6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495억 달러로 집계됐다. 2021년까지 약 10%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콘텐츠 시장은 최근 10년간 11%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 인도네시아의 핵심 미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태국은 매년 6%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8년 기준 스마트폰 보급률이 40%에 육박하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에서 시청이 가능한 콘텐츠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90%가 넘는 TV 보급률을 바탕으로 한 방송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평균연령이 31세 정도로 젊기 때문에 청년을 위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지역은 대부분 한국 콘텐츠에 익숙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한국 방송콘텐츠 이용 경험은 평균 62.1%에 이른다. 아세안 주요국은 이미 영화·영상을 포함한 한국 콘텐츠에 익숙해진 셈이다.

■부산시는 아직 미적지근

   
지난해 11월 국제교류재단 등이 진행한 ‘2019 개도국 공무원 초청연수- 아세안 영상·영화 산업 역량강화’ 참여자들이 부산지역의 영화·영상 관련 시설을 견학하고 있다.
영화·영상을 중심으로 한 부산시의 ODA는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국제교류재단이 ‘개도국 공무원 초청연수- 아세안 영상·영화산업 역량강화’(5박6일·예산 2000만 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게 전부다. 시는 내부적으로 올해 ODA 공모 신청을 위해 부서별로 사업을 모으고 있지만, 영화·영상과 관련된 ODA 신청은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국제교류재단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행사 참여자들은 부산의 영화·영상 산업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미얀마(2명) 라오스(2명) 인도네시아(2명) 베트남(1명)에서 영화·영상분야 관련 공무원들이 참여했다. 인도네시아 참여자는 ‘부산의 영화·영상 인프라와 기술, 인재 육성방안’ 등의 조언을 구했다. 현지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베트남은 ‘서구영화나 한국영화를 따라하지 않고, 베트남 고유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성이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미얀마 참가자는 ‘미얀마 정부가 한국 영화산업과 제도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라오스 참가자는 ‘최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에서 ICT(정보통신기술)센터 설립을 지원했으나 전문가가 없어 교육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종합 평가 등급은 97.1점(매우좋음)을 받았다.

부산연구원 윤지영 연구위원은 “며칠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해 둘러보는 건 부산을 홍보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가 간 협력을 확대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며 “해당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영화·영상 분야를 중심으로 ODA를 확대하는 등의 후속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관은 분주

부산시와 달리 영화·영상 관련 기관은 ODA 사업 추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부산영상위는 2013년부터 아시아영화학교에서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FLY)를 진행 중이다. 외교부의 한아세안협력기금 2억 원가량을 활용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매년 직접 ODA 수혜국을 찾아가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까지 180여 명의 아세안 지역 영화·영상 인재가 참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브루나이에서 행사를 열었다.

부산영상위 성상철 사무처장은 “영상위가 20년간 축적한 영상산업 구축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부산에 특화된 ODA 사업을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말을 목표로 ‘한아세안영화기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자체 예산 17억 원가량이 투입된다. 영진위는 지난해 한아세안정상회의 이전부터 아세안 10개국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영상·영화 유통, 촬영 지원 등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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