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간 화물차 사고 5건
- 미끄럼방지 포장 등 무용지물
- “제한속도 더 낮춰야” 의견 속출
‘공포의 내리막길’이라 불리는 부산 사상구 신모라교차로에서 또다시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급경사라는 지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고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것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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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11시께 A(62) 씨가 몰던 레미콘 차량이 부산 사상구 모라동 신모라교차로 교각 기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 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부산경찰청 제공 |
14일 오전 11시께 사상구 모라동 백양터널에서 신모라교차로 방향으로 내려오던 레미콘 차량이 교각과 정면 추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A(62) 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레미콘 차량은 백양터널에서 교차로 방향으로 내리막길 주행 중 교각을 들이받았다. 경찰은 “운전자 사망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는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CCTV 영상에는 레미콘 차량이 내리막길에서 제동 없이 한 번에 내려오는 장면이 포착돼 신모라교차로에서 자주 일어나는 유형의 교통사고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구간에서는 화물차 사고가 특히 잦은데 일반 차량과 달리 화물차 브레이크는 공기 유압식이어서 장시간 작동 시 압력과 마찰력이 감소해 내리막길 끝 지점에 다다르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당 구간에서 모두 27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대형 화물차 사고는 5건이다.
백양터널부터 신모라교차로까지 930m 구간은 경사가 20~30도에 달해 오래전부터 공포의 내리막길이라 불린다. 2006년 4.5t 화물차가 미끄러져 13중 추돌 사고가 났고, 2015년에는 냉동탑차로 인해 차량 3대가 연쇄 추돌했다. 지난해 3월에는 화물차가 25인승 통학버스를 들이받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상구와 경찰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입장이다. 오랜 문제인 만큼 사고 방지를 위한 각종 시설을 동원했지만 지형 자체가 급경사여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구와 경찰은 2017년 7억 원, 지난해 1억 원을 들여 화물차 에어 충전량 확인 요구, 급경사 주의·감속 등을 안내하는 LED 입간판을 설치했고 미끄럼 방지 포장도 재설치했다. 고정·이동식 카메라, 충격 흡수 시설도 마련했다. 사상구 관계자는 “내리막길 구간이 길면 중간에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구간이라도 만들 텐데 길이가 짧아 이마저 어렵다. 지형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급경사를 없애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리막길 구간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6개월간 화물 노동자, 주민 320명을 대상으로 신모라 교차로 교통 대책 방안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민중당 북사상강서구위원회 관계자는 “설문 참가자 90%가 신모라교차로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한속도를 낮추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터널(60㎞)과 내리막길(50㎞) 제한 속도가 갑자기 크게 달라지면 사고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숨진 레미콘 운전기사가 사고 직전 방향을 꺾어 대형사고를 막았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레미콘 차량과 충돌을 가까스로 모면한 운전자 김모 씨는 “레미콘이 마지막에 교각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다면 내가 있던 승용차와 충돌했을 것”이라며 “교차로에서 전방을 주시하기 위해 10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왼쪽에서 레미콘이 경적을 울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레미콘 운전기사가 내 차와 충돌 직전 방향을 틀어 교각과 충돌했다”며 아찔했던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