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 서둘러 지침 내놔야”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공직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부 고교생도 올해 총선에서 참정권을 갖게 됐지만 ‘학교의 법’인 학칙은 여전히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해 엇박자를 낸다.
16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부산지역 고교의 학내 규정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학교가 학생의 정당 가입,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서구 A고는 학생회 규정에 ‘회원은 불법 단체나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학생회 회원은 이 학교 학생으로 한다’로 돼 있어 학칙은 모든 학생의 정당 가입,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 강서구 B고도 A고처럼 학생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금지했지만 19세 미만일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로 하향됐다. 이에 따라 올해 고교 3학년이 되는 2002년생 중 4월 16일 이전 출생자는 오는 4월 총선 때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고교가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을 유지하면서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는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있다’는 정당법을 거스르는 일이 빚어진다.
이처럼 개정 선거법, 정당법과 학칙이 충돌하면서 일선 학교는 당혹해한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칙을 하루빨리 개정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학칙을 어떻게 개정할지 구체적 지침을 내놓는 데 애를 먹는다. 선거법 개정 전에도 고교생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데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던 만큼 자칫했다간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은 정치활동 금지 학칙을 둔 학교를 파악하는 조사를 시작조차 못 했다. 학칙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정치활동 허용 대상을 고3 학생 전체로 할지, 만 18세 생일이 지난 학생으로 할지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상위법과 상충하는 학칙이라 실효는 없지만 학생의 참정권 행사를 침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빨리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각 학교나 시·도교육청이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고 교육부 지침이 나와야 한다”며 “지난 6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실무자가 참가한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고, 오는 20일 회의에서도 다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