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관리 탓 큰 배 접안 금지돼
- 선사들 추가 하역 비용 늘어나자
- 안벽 업체 “수심 다시 측정” 요구
- BPA, 민원 접수되자 실태 파악
- 안전관리 ‘뒷북’ 책임 못 면할 듯
부산 사하구 감천항의 한쪽 안벽(배가 항만에 접안하기 위해 쌓은 벽) 수심이 갑자기 낮아진 것으로 측정돼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수심에 변동이 없는데도 최근 발표된 ‘해도’(바다의 모든 상황을 표현한 항해용 안내지도)에서 수심이 낮아진 것으로 공표되면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정작 관리 주체인 부산항만공사(BPA)는 수심 변동 사실조차 알지 못하다가 안벽 운영사가 민원을 제기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부산항만공사는 오는 23일까지 감천항 A 안벽의 수심을 공식적으로 재측정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항만공사가 수심 확인에 나선 것은 선사 등 관련 업체가 “수심이 낮아졌다는 해도 공표 결과를 믿을 수 없다. 재측정을 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국립해양조사원이 측정·발표한 해도에서 이 안벽의 수심은 종전 3~5m에서 1~2m로 절반 넘게 낮아졌다. 감천항에는 모두 8개의 안벽이 있는데 이번 해도 개정 때 수심 변동이 생긴 곳은 A 안벽밖에 없다. 지난해 6월 발표된 해도 개정은 2016년 9월 이후 거의 3년 만에 이뤄졌다.
안벽 수심이 낮아질수록 접안 가능한 배의 규모는 작아진다. 이에 지난해 10월 부산항도선사회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A 안벽 운영업체와 이용 선사 2곳에 500t 이상 선박의 도선이 불가하다고 통보했고, 운영사와 선사는 금전적 피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선박 접안이 안 된다고 해 대신 200~300t 배를 여러 번 운항 중이다. 500t 이상 선박을 이용할 때는 안벽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바지선을 이용한 하역을 해 매번 500~1000만 원 이상 추가금이 들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선사 피해가 늘자 안벽 운영사는 지난해 11월 해양조사원에 수심 측정 결과를 재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40년간 안벽 수심이 바뀌지 않았고, 최근 자체 측정에서도 수심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운영사는 강조한다.
하지만 해양조사원은 측정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결국 안벽 운영사가 지난 13일 항만공사에 공문을 보내 사태 해결을 요청하자 항만공사는 뒤늦게 해양조사원 측이 참관한 가운데 수심을 재측정할 계획을 세웠다. 부두 관리를 맡은 항만공사는 해도가 개정된 지 7개월이 넘었지만 업체 측의 민원을 접수하고서야 수심 변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수심 재측정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항만공사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심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안벽 운영사와 선사가 입은 불필요한 금전적 피해를 막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실제로 수심이 낮아졌다면 암초 퇴적물 등에 의해 선박이 파열돼 침몰 또는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준설 등 아무런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 된다. 현재 A 안벽을 주로 이용하는 선사 2곳의 배만 30척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BPA 관계자는 “해도가 변경돼도 해양조사원이 따로 항만공사에 고지하지 않는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난 17일 BPA 자체 측정을 진행했고, 해양조사원이 참가하는 공식적인 측정 일정은 두 달이나 앞당겼다. 이른 시일 안에 해도를 수정하거나 퇴적물을 제거하겠다”고 해명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