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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 사람 실험카메라 <4> 손님에 당하는 알바를 봤을때

알바생 무릎 꿇린 ‘갑질’에 대신 화내준 ‘용감한 참견’

  • 김지예 인턴기자
  •  |   입력 : 2020-01-21 19:47:33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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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서 실수를 연발해 진상 손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초보 아르바이트생. 기자가 국제신문 신년기획 ‘부산 사람 실험카메라’ ④편에서 맡은 역할이다. 문득 처음 알바를 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스무살이던 기자는 음식점 서빙을 하면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갑질과 희롱을 당했다. 눈물이 날 만큼 서러웠지만 학비와 용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 말로는 요즘도 ‘알바로 먹고 살기’가 어렵단다.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일할 자리는 줄어들어 ‘더러워도 참자’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특히 커피숍은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많아 어지간한 갑질은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자도 마음을 굳게 다지고 미리 섭외한 커피숍으로 향했다. 진상 손님은 함께 일하는 신지영 작가가 연기했다. 마음 한 켠에는 ‘갑질을 당했을 때 따뜻한 참견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때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지금이라고 다를까’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갑내기 대학생들 “일어나요”

“내가 주문했던 거랑 다른데?”

지난 7일 부산의 한 커피숍. 첫 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손님(신 작가)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다시 음료를 가지고 갔다. 이번에는 주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 대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갔다.

손님이 폭발했다. “아가씨,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거야?” 날카로운 고성이 커피숍을 울렸다. 순간 시끌벅적하던 커피숍에 정적이 흘렀다. 분명 연기인데도 주변에서 힐끔거리는 시선과 속사포로 꽂히는 폭언에 주눅 들었다. 그래도 주변에서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전 첫 촬영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손님은 “아가씨 때문에 약속도 못 지켰다. 어떻게 책임질거냐”고 쏘아 붙였다. 끝을 모르고 쏟아내는 손님의 폭언에 속이 배배 꼬이는 느낌이 들었다. 긴장한 탓에 온몸이 경직됐다. 수치스러우면서도 서러웠다.

손님은 분을 참지 못하고 “그러니까 알바밖에 못하지”라고 막말하며 무릎 꿇을 것을 요구했다. 버티고 버티다 무릎 꿇을 때는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머리는 ‘이건 연기야’라고 하는데 내 뺨에는 어느새 눈물이 흘렀다.

“저기요,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그때 옆 테이블에 있던 20대 남성 셋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김도균(23) 씨는 “뭐가 문제냐”며 손님에게 따지듯 물었다. 친구 박진용(23) 씨는 내게 “일어나라”고 계속 말했다. 손님이 “일어나라고 하지 않았다”고 맞서자 박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손님에게 “주문이 잘못돼 기분이 나쁜 것은 알겠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도 다 보고 있는데 알바생의 무릎을 꿇리는 건 심한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진심으로 화가 난 듯했다. 숨어서 촬영하던 취재진이 진상 손님 연기를 한 신 작가가 걱정이 돼 카메라를 들고 들어와 사정을 설명했다.

기자 편을 들어준 3인방은 동갑내기 대학생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도움을 줬는지 물었다. 박 씨는 “‘그러니까 알바밖에 못하지’라는 말을 듣고 참기가 어려웠다. 알바하는 분들도 다 자기 집에서는 귀한 자식 아닌가”라며 “손님도 그런 점을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김 씨는 “나도 지금 알바를 하고 있는데, 아직 이런 상황까지는 당해보지 않았다. 그래도 잘못된 점은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도왔던 것 같다”며 “알바도 손님도 모두 동등한 관계”라고 말했다.
   
■“커피 한 잔에 유세는…” 돌직구

지난 10일 다시 커피숍. 이날도 기자는 손님에게 폭언을 듣던 중이었다. “뭔가 행동을 취해 봐. 무릎이라도 꿇든지!” 무릎을 꿇기 직전에 커피숍을 나가던 강미혜(60) 씨와 박남이(60) 씨가 다가오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손님은 “커피를 시켰는데 15분 동안 안 나오고, 연하게 해 달라니까 이상하게 만들어왔다”며 나를 질책했다.

이에 강 씨는 손님에게 “그럼 연하게 다시 타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 친구 혼자 일을 보고 있는데 그 정도 배려도 못해요”라고 조목조목 따졌다. “아니….” 손님이 다시 얘기하려는 걸 끊고 강 씨는 재차 돌직구를 날렸다. “동생 같고 딸 같은 사람에게 대체 왜 그러느냐.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사이다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켠 듯 기자의 가슴이 뻥 뚫렸다. 동시에 ‘내 딸, 내 동생 같다’는 말이 가슴 속으로 쑥 들어왔다. 울컥했다. 집 바깥은 다 위험하고, 모르는 사람밖에 없다며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 그런데 그 한 마디에 ‘이 분은 정말 내 편을 들어주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옆에서 서 있던 박 씨도 거들고 나섰다. 박 씨는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이렇게 세워놓고 뭐 하는 거예요?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 아주머니의 합동 공격에 오히려 손님이 주눅이 든 듯 했다. 그는 “아니, 나도 바쁘고…”라고 말해자 강 씨는 “그럼 그거 따질 시간에 그냥 들고 나가면 되지요”라며 언성이 높아졌다. 박 씨도 “왜 큰 죄인 취급하냐”고 쏘아 붙였다.

두 아주머니는 진상 손님에게 훈계도 잊지 않았다.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딨나. 동생이라 생각하고 이해를 해줘야죠. 이렇게 힘든 일 하고 있는데.”

이쯤되니 진상 손님 역할을 한 신 작가가 오히려 측은해보일 정도였다. 신 작가는 뒤를 돌아 카메라를 보며 ‘구조 요청(?)’을 했고, 취재진이 급히 투입됐다. 신 작가는 촬영 후 “그 두 분께 맞는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취재진은 강 씨와 박 씨에게 촬영 사실을 밝히고 도움의 이유를 물었다. 강 씨는 “평소에도 이런 일 보면 가만히 못 있는다. 이번에도 견딜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그는 “항상 입장 바꿔서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하며 상대를 대하면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알바도 손님이 잘못했을 때 과감하게 한마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장도 알바가 할 말은 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청년이 당당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기대하지 않았던 도움을 받은 기자는 ‘내가 이번에 받은 온기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눠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아름다운 전파가 이어지면 부산은 한 층 더 따뜻한 도시가 되리라 확신한다. 참, 진상 연기를 너무 잘해 손님들에게 욕먹었던 신 작가님, 잊지 못할 거예요!
   

김지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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