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제 개편 맞물린 큰 폭 이동
- 수사력 과잉 집행 등 문책 성격
- ‘미투 촉발’ 서지현 법무부 배치
- 추미애 ‘조직쇄신’ 의지 드러내
- “검찰을 친문 앞에 무릎 꿇려”
- 한국당, 특검 거론하며 맹비난
법무부가 23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평검사 인사는 2주 전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비교하면 대검찰청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장검사 이하 실무자는 대부분 유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가족비리·감찰무마 의혹,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책임진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 3명이 모두 교체돼, 일각에서는 청와대·여권 관련 주요 사건의 수사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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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서울 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법무부가 다음 달 3일 자로 단행하는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과 평검사 인사는 지난해 7월에 이어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정기 인사가 아니라 검찰 직제개편에 따른 인사인데도 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지검장 아래 수사 책임자인 1~4차장이 모두 교체됐다. 이근수 방위사업감독관이 검찰로 복귀해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신성식 부산지검 1차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각각 맡는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정현 서울서부지검 차장이, 4차장은 김욱준 순천지청장이 각각 보임됐다.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지휘라인인 대검 공공수사부는 차장·부장검사급 4자리 가운데 3자리가 교체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에서는 조 전 장관 가족비리·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양석조 선임연구관과 엄희준 수사지휘과장이 교체됐다. 일선청 차장검사급인 양 연구관은 이른바 ‘상갓집 항명 사건’의 당사자로 이번에 대전고검 검사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 같은 결과는 청와대·여권과 관련된 주요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력 과잉 집행’이나 ‘피의사실 공표’ 등의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문책 성격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그러나 몇몇 수사 책임자의 교체 사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이번 인사가 고강도 문책보다는 검찰 직제개편과 맞물린 ‘조직 쇄신형’ 인사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검찰청에 대한 물갈이를 제한적으로만 단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사건 수사팀의 실무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대부분 잔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장관 가족비리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고형곤 부장검사가 교체됐지만, 부부장 검사 이하 대부분은 유임됐다. 대검이 최근 대검 과장 및 수사팀 실무자 등에 대한 교체 폭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는데, 이런 의견이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해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 성남지청 부부장검사(47·사법연수원 33기)는 법무부로 자리를 옮겨 조직문화 개선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 법무부는 서 검사를 법무·검찰 조직문화 개선 및 양성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검찰 내 ‘내부 고발자’ 역할을 했던 서 검사에게 조직문화 개선 업무를 맡기기로 한 것은 취임 전부터 꾸준히 검찰 개혁을 강조했던 추 장관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23일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여권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 장악’으로 규정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8일 고위직 인사에 이은 이번 검찰 인사는 청와대 관련 수사를 한 검사들을 좌천시키는 ‘인사 폭거’라는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검찰 장악은 ‘식물검찰’ 만들기 수순”이라며 “국민의 검찰을 친문(친문재인) 세력 앞에 무릎 꿇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유재수 감찰 중단 사건’의 공소장을 거론, “부정한 권력의 실태가 고발됐음에도 이들은 무혐의를 획책했다”며 “특검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은 “이쯤 되면 누가 진짜 악마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진짜 악마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정미경 한국당 최고위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요직에 배치된 일부 검사를 “완장 찬 추미애의 검사”라고 부르면서 “친문 세력과 문재인 정권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특검 실시를 시사했다. 박용찬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 2차 대학살이며 독재정권에서도 벌어지지 않을 인사 폭거”라며 “자기 편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도 불사하는 막가파식 깡패 집단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