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인 인권침해 우려 등 ‘난관’
부산에서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산 ‘신생아 아영이 학대 사건’(국제신문 지난해 10월 25일 자 8면 등 보도)을 계기로 의료기관 내 CCTV 설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이에 부산시가 신생아실을 운영하는 지역 의료기관에 CCTV를 설치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시는 30일 신생아실을 운영하는 부산지역 15개 의료기관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어 CCTV 설치를 요청했다. 시는 올해 안에 신생아실이 있는 부산지역 의료기관 29곳 중 아직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하지 않은 15곳까지 CCTV를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시 관계자는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하지 않은 15개 병원의 간호부장, 행정부장 등이 간담회에 참석했다”며 “아이를 안전하게 맡기고 싶다는 시민의 요구가 높다고 CCTV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의료기관 측의 의견을 다각도로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가 의료기관에서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인력이 아니다 보니 시의 요청에 즉각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국민의 공분을 산 ‘아영이 사건’ 이후 시는 부산지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하라고 독려했다. 두 차례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고 신생아실 현장 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한 부산지역 의료기관은 전체 29곳 중 9곳이었지만, 올해 1월에는 절반에 가까운 14곳으로 확대됐다.
CCTV를 설치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비용보다 의료인의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신생아실을 제외한 복도, 주차장 등 병원 곳곳에 이미 CCTV가 설치됐기 때문에 신생아실에 추가로 설치하는 비용은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비용보다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이 24시간 CCTV에 노출되는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해 11월 의료기관 신생아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당국은 당시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했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의료기관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의료기관 내 인권침해와 방어 진료 등의 이유로 보다 근본적이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즉각적인 답변을 피했다.
‘아영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동래구 A 병원의 신생아실에서 생후 닷새 된 여자 아이가 두개골이 손상되면서 의식불명에 빠진 일이다. 해당 병원의 신생아실에도 CCTV가 없었지만, 복도에 설치된 CCTV가 신생아실 내부를 멀찍이 비춰, 야간 근무를 선 간호사 B 씨가 아영이를 거꾸로 들거나 내동댕이 치는 등 수차례 학대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CCTV 영상을 토대로 B 간호사의 학대 행위가 아영이의 두개골 골절을 직접적으로 유발했는지를 수사 중이지만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