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에 권한 집중된 건 일제 식민 잔재
- 책임수사실무단 중심 새 제도 정착 노력
- 앞으론 경찰이 변호사 논리 맞서야 해
- 모의법정 도입, 수사 입증능력 키울 것
- 지방청 인력 쏠림현상 부작용 막기위해
- 일선 경찰서 승진 가능한 보직 만들겠다”
“검찰이 공소·기소권과 수사지휘권을 모두 갖는 것은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의 잔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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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룡 부산경찰청장이 2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수사·기소·재판·집행의 주체를 분리, 국가 사법 체계의 정상화를 꾀할 계기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김창룡(56·경찰대 4기) 부산경찰청장은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수사·기소·재판·집행의 주체를 분리, 국가 사법체계의 정상화를 꾀할 계기가 됐다”고 2일 밝혔다. 김 청장은 1988년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경찰청과 각 지방청 주요 보직을 거쳤고, 2015년부터는 3년간 미국 워싱턴 주재관을 경험해 선진 형사사법 시스템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청장은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을 따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 둘 다 국가 사법체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대다수 나라가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와 공소 권한은 검찰에 배당한다. 과거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 지휘권을 모두 쥔 나라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청장은 검찰이 그간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1910년 국권침탈 이후 일제는 1912년 식민지 지배를 강화하고자 ‘조선형사령’을 조선에 도입한다. 당시 검사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그 지휘 아래 헌병과 경찰이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작성된 수사 서류는 그 자체만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공판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김 청장은 “일제가 식민지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해 자국과 다른 사법체계를 우리나라에 이식했다”며 “이 과정에서 수사·공소·재판의 권한이 엄격히 분리되는 근대 형사소송법의 근간과 식민지 백성의 인권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해방 뒤 혼란기를 거쳐 1954년 대한민국의 형사소송법이 마련됐지만, 조선형사령의 내용 상당수가 고스란히 남아 오늘날 제왕적 검찰권의 시초가 됐다는 것이다.
김 청장은 “이번 수사권 조정법 개정으로정상화의 시작 단계에 들어갔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아직 경찰 안팎에서는 기대 못잖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찰권의 수사권 행사가 잘못되면 시민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국가수사본부 설치, 자치경찰관 도입 등 경찰 개혁에 맞춰 지방청 책임수사실무단을 중심으로 경찰권을 분산하고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조직으로 개편하며 수평적 인사·수사 관행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꾸는 게 핵심이다. 쟁점이 되는 사안은 담당 수사관이 영장심사관, 수사심의관, 외부 전문가와 논의해 결과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청장은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지면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심문 조서가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경찰 수사관이 검찰의 증인으로 재판정에 나서서 변호사의 반박 논리에 맞서 수사 결과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변호인은 공소장과 경찰 증언의 논리적인 허점을 지적하고, 수사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들추게 된다. 경찰은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증거자료와 제반 증거 확보 과정, 혐의 입증의 논리 등을 법정에서 구두로 설명하고, 변호인의 반론도 반박할 확실한 증거나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김 청장은 “경찰이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검찰은 기소 여부만 판단한다. 이후 실체적 진실은 법원에서 증명을 통해 결론 난다. 피고 측 변호인과 검찰의 핵심 증인인 사건 수사관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에 대비해 김 청장은 경찰 내 모의법정을 도입한다. 가상의 법정에서 쟁점이 첨예한 사건을 맡은 수사관이 변호인 역을 맡은 경찰의 이의 제기에 반박, 논리를 입증하는 과정을 동료 경찰이 방청하는 방식이다.
부산경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사 시스템 변화도 진행 중이다. 그간 수사 실무 능력이 좋은 경찰은 대거 지방청으로 쏠리는 부작용을 막는 게 핵심이다. 김 청장은 “일선 서마다 승진이 가능한 핵심 보직을 만들어서 일 잘하는 수사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