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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ODA 시동 <6> 아세안을 잡아라- 교육·대학

의료·해양 선진 교육체계 구축… 자립 발전 초석 놓는다

  •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   입력 : 2020-02-04 19:16:54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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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대, 스리랑카 간호대학 개교
- 라오스 의무기록 전산화 교육 등
- 역량 강화 통한 의료 선진화 진행

- 해양대·부경대, 수산·해운 초점
- 스리랑카 교원·공무원 초청 교육
- 동의대는 시리아 난민 학교 설립

- 공여·수원국 인적 네트워크 아래
- 국내기업 해외시장 판로 확대 등
- 한·아세안 동반 성장 기틀 마련

공적개발원조(ODA)에서 교육은 개발도상국이 빈곤율을 낮추고 자립 발전하는 토대를 제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다. 선진 교육을 받아 역량을 키운 인재는 자국의 사회 경제 개발과정에서도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은 소수의 리더 그룹이 선진국에서 배워온 지식과 기술을 전파하고, 국가 정책에도 반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 ODA’는 가장 파급력이 큰 ‘도시 세일즈’ 수단이기도 하다.

20여 개의 고등교육기관이 있는 부산은 개도국에 선진 교육체계를 ‘이식’할 역량을 갖고 있다. 이미 여러 대학이 의료 해양 등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발전의 주역이 될 인재를 양성하려고 현지 교육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는다.
   
인제대 오진아(간호학과) 교수가 라오스 경찰병원에서 간호사 등을 상대로 역량 강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인제대는 2018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의 라오스 경찰병원 역량강화 2단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인제대 제공
■부산형 ‘미네소타 프로젝트’

교육 ODA 중 가장 성공적인 사업을 이야기할 때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빼놓을 수 없다.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6·25 전쟁 직후인 1955년~1961년 미국이 진행한 ODA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로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진 등이 미네소타 대학에서 연수를 받았다. 당시 한국 의료수준은 대장균을 연구하려면 시험용기를 사람이 품어 균을 배양할 정도로 황폐했는데, 연수에 참여한 의료진은 세균과 바이러스 배양법은 물론 심장수술 같은 고난도 수술법도 익히고 돌아왔다. 이들은 귀국 후 학회를 이끌고 병원장을 맡으면서 의학 교육과 진료 체계를 바꿔 한국 의료의 선진화를 이끈 주역이 됐다.

미네소타가 한국 의료발전의 진원이 됐듯 지금은 한국이 여러 개도국에 의료 발전 토대를 닦아주고 있다. 특히 인제대학교가 전국 모든 대학 중에서도 의료기술 전파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인제대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한국대학의 국제협력사업 참여 실효성 제고 방안 연구(2015)’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규모와 사업비 수혜현황에서 1위를 차지했고, 국제개발협력사업지원 전담조직 설치 우수사례로 꼽힐 만큼 ODA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ODA 사업 71건을 수행했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9건이다.

2010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병원을 운영할 대학을 찾을 때 많은 대학이 안전상 문제 등을 들어 고사했지만, 인제대만 응답했다. 한국에서 의료진 27명을 파견하고 40여 명을 현지에서 채용해 병원을 6년 꾸려가면서 한국의 ODA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인제대는 2013년 교육부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돼 스리랑카에서 간호학과 학위과정을 구축하는 데 나섰다. 스리랑카에는 18개 간호전문대학이 있었고 학생도 우수했다. 하지만 한국이 분야별 전문 간호사를 양성하고, 보건행정과 교육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반면 스리랑카는 간호사 교육체계는 단순히 양적 증가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 전문간호대학을 졸업해도 학위조차 수여되지 않았다.

이에 인제대는 간호전문대학 한 곳을 4년제 학사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간호대학으로 전환해 교육과정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추진하니 ‘괜한 참견’이라는 현지의 따가운 시선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인제대는 스리랑카 최고 명문대로 손꼽히는 콜롬보대학에 간호대를 신설하고 이 간호대가 간호전문대 한 곳을 흡수통합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완료했다.

현지 반응도 처음 사업을 할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간호사 교육 수준이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간호사 양성을 맡을 교수진 역량까지 강화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간호대학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간호전문대학이 생겼고, 스리랑카 정부도 간호교육역량 개발에 예산 200억 원을 편성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 스리랑카 대통령도 2017년 한·스리랑카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 사업은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중에서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은 신규유형만 선정하다가 지난해 12월 기존 우수사업을 다른 국가에서 시행하는 확산 유형을 도입, 사업 수행자를 공모를 했는데 인제대가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인제대는 올해부터 7년간 라오스에서 ‘간호 교육과정 리모델링을 통한 역량강화 및 보건환경개선 사업’을 수행한다. 이 사업을 통해 ▷간호 교육과정 리모델링 ▷실습 교육환경 개선 및 각종 교재 개발 ▷간호 교육평가 체계 개발 ▷응급 전문 간호 인력 양성 단기연수 과정 개설 ▷주민 대상 보건위생 교육 및 감염성 질환 예방 교육 ▷의무기록 전산화 시스템 구축지원 등을 진행한다.

인제대 관계자는 “라오스 병원에 갔더니 현재 진료기록을 손으로 작성하고 세탁실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이 탓에 의료 통계가 정확하지 않고, 가끔 진료기록이 분실될 정도로 의료 체계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소개했다.

■해양·수산 교육도 ‘수출’

   
인제대 관계자들이 라오스 경찰병원 세탁실에 보관된 수기 의무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인제대 제공
한국해양대학교와 부경대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지원으로 스리랑카 해양대학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다. 스리랑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해양 물류 경로를 따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허브 국가로 부상하고 있지만, 해양 해운 수산분야 전문 인력과 교육 시설이 부족하다. 스리랑카 정부가 한국 정부에 해양대학 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사업이 시작됐다. 해양대와 부경대는 스리랑카 해양대학 발전 계획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교원과 해양분야 공무원, 대학생을 초청해 교육을 제공한다.

동의대는 코이카의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밀집지역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3개 학교 건립사업’의 수행기관이다. 시리아 난민 밀집지역인 이르비드 자르카 마르파크 지역에 학교를 신축, 운영에 필요한 기자재를 지원하고 요르단 교육부의 교원 양성계획에 따른 교사 역량강화 연수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요르단 최대 공업지역인 자르카에서는 기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을 위한 코이카의 기술고등학교 설립사업도 수행한다.

■원조나 수혜 아닌 동반 성장

ODA 사업에 참여한 대학은 ODA는 수혜를 받는 국가는 물론 공여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수혜를 받는 국가는 성장 동력이 될 선진 기술, 자금 등을 유·무상으로 지원받고 공여국은 성장가능성이 큰 개발도상국을 우호적인 파트너로 둘 수 있다. ODA 사업을 하며 한국과 협력한 관료, 한국에서 연수를 받은 학생·연구원 등 해당국에서 리더로 성장한 뒤 친한(親韓) 정서를 보인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 스리랑카 대통령은 인제대가 간호학과 학위구축 사업을 진행할 때 밀접하게 관계한 보건부 장관이었다. 인제대 관계자는 “당시 좋은 관계를 구축한 스리랑카 보건부 공무원이 의료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건부 차관에 올랐다. 이렇게 ODA를 통해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가 우리나라 의료 관련 기업이 스리랑카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인제대는 모잠비크에서 의료기기 유지 관리 등을 맡는 의공기사 15명을 초정해 6주 교육을 한 적 있는데, 이들이 귀국한 뒤에 모잠비크 정부에서 의공기사들이 연수 때 사용한 의료기기 리스트를 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단기간 교육 덕분에 한국 의료기기 판로가 생긴 셈이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ODA가 생산기지의 비교우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ODA는 공여국 기업에 수원국의 사업 환경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공여국 기업은 수원국에 진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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