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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 학생 실습선 현장점검 한 번도 한 적 없다

해외 승선실습생 사망 배경엔 부실한 ‘승선실습 운영 협약’

  • 이승륜 임동우 김민정 기자
  •  |   입력 : 2020-02-13 22:14:15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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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관리 손 놓은 학교

- 학교-선사 20여 곳 협약 맺고
- 학생 안전사고 관리 의무 규정
- 대학 측 ‘현장지도’ 명시 불구
- 1년에 몇 차례 선사 간담회 전부

# 정부, 표준협약서 준비 중

- 선주 책임·의무 강화 내용 담아
- 올 8월 시행… 구체적 내용 마련
- 이행 안 될 땐 선주에 처벌 가능

# 오늘 학생 시신 고국 품으로

- 내주 부검 시작으로 본격 수사
- 현지 선장·선원 한국 불러들일듯

해외 승선 실습 중 한국해양대 해사경찰학과 정모(21) 씨가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어(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10면 보도 등) 충격을 주는 가운데 부실한 학교와 선사 간 운영협약서가 도마에 올랐다. 운영협약서는 학교와 회사의 의무를 규정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승선 실습 중 숨진 정모 씨의 유족이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메단의 병원에서 공항으로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유족 제공

■실효성 없는 운영협약서

한국해양대는 재학생의 안전한 해외 승선 실습을 위해 2017년 9월부터 20여 개 선사와 운영협약서를 체결해 시행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한국해양대는 2017년 8월 목포해양대 재학생이 해외 승선 실습 중 목숨을 잃자 유사 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교육부 해양수산부와 논의해 ‘승선 실습 학기제 운영에 관한 협약서(운영협약서)’를 자체 도입했다.

운영협약서 내 ‘대학의 의무’를 명시한 제3조 4항을 보면 학교는 ‘각 선사로 파견된 학생들의 실습 수행을 점검하고 현장 지도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국해양대 교직원이 출항을 앞둔 실습선에 직접 올라 현장을 확인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단지 1년에 2~4차례 선사를 방문해 관계자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게 전부다. 한국해양대 송재욱 해사대학장은 “해당 규정이 있긴 하지만 배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에 교직원이 일일이 승선해 현장을 살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신 실습을 마친 학생을 통해 선사 환경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운영협약서가 형식적인 문서에 불과하며, 학교 측의 조처가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해외 승선을 다녀온 학생들도 학교가 운영협약서 준수는 물론 교육환경 점검과 개선에 큰 관심이 없다고 비판한다. 졸업생 A(28) 씨는 “실습 학생은 매일 자신의 훈련 내용을 직접 기록해야 한다. 학교가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놔 배에서 내리기 직전 몰아서 작성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만약 학교가 학생 관리에 의지를 보였다면 실습 과정에서의 안전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협약서 제4조는 ‘실습생 보호조처를 강구하고, 회사는 실습생에 대한 선원법 및 선박직원법 등 해양수산부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회사의 의무’를 명시하지만, 선박 내 CCTV가 없어 회사가 의무를 다했는지 정확히 확인할 길이 요원하다 보니 선장 선원 등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부산해경이 확인한 결과 정 씨가 일했던 기관실은 물론 이 대형선박 어디에도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정부 표준협약서로 될까

학교와 선사 간 운영협약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제기됐다. 이번 사고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극명하게 드러나자 해양수산부는 종전 협약서를 대체하는 ‘현장승선실습표준협약서’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달 18일 공포돼 오는 8월 시행될 ‘선박직원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따라 현장승선실습표준협약서를 사용하지 않거나 계약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선박 소유자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해수부는 앞으로 6개월간 표준협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고,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학교와 선사가 협약서를 토대로 실습생 파견 협약을 체결하게 할 방침이다.

개정법을 보면 선주가 실습생에게 휴일과 휴식 시간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처벌도 가능한데, 표준협약서에는 이처럼 실습생에 대한 선주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간 선사와 학교 간 협약 내용이 제각각이라 통일성과 강제성이 떨어졌다”며 “선주가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표준협약서 역시 해외를 돌아다니는 선박 특성상 현장을 일일이 관리·감독하기 힘든 현실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담보가 없다면 기존 운영협약서의 시행착오를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경위 조사 본격화

한편 정 씨 시신은 14일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운구될 예정이다. 부산해경은 유족의 뜻에 따라 다음 주 중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부검한 뒤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장례는 부검 뒤 치러진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현재 선장 선원 등의 진술서를 확인 중이다. 부검 결과를 받는 대로 이들을 국내로 불러들일 것”이라며 “숨진 학생에게 선장과 선원이 장시간에 걸쳐 과도한 일을 시키지 않았는지부터 살피겠다”고 설명했다.

부산지검도 외사부 수석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해 부검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선박 승선 실습생 안전관리 실태와 초동조치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조사해 사망 경위를 명백히 밝힐 수 있도록 지휘·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승선 나흘째인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 말라카해협을 지나던 반잠수형 굴착선(1만7800t)의 기관실에서 열사병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다가 다음 날 숨졌다. 정 씨는 구토 고열 등의 증세로 쓰러졌지만 응급조치 미비로 16시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승륜 임동우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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