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예방·안전조치 위반 등
-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 판결
-‘항만 김용균’ 수사 영향 미칠 듯
최근 항만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법원이 2018년 두 달 간격으로 발생한 부산항 노동자 사망사고의 책임을 물어 부두운영사와 인력공급사 등 하청업체 대표에게 벌금형과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한국허치슨터미널㈜ 대표이사 정모(63)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야드트랙터 기사 용역업체 A사의 실제 대표 최모(59) 씨에게 벌금 700만 원, 육상화물 취급업체인 B사 대표 윤모(72)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한국허치슨터미널㈜에 벌금 1200만 원, A사에 벌금 500만 원, B사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안전사고에 연루된 터미널사 임직원 3명에게 각각 벌금 400만~6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2018년 3월 부산항 북항 터미널을 운영하는 한국허치슨터미널㈜은 A사와 장비 운영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9월 19일 오전 9시50분께 한국허치슨터미널에서 A사의 근로자 C 씨가 야드트랙터를 운행하던 중 수레에 컨테이너 결속도구인 콘을 실어 이동하던 D(당시 47세) 씨를 추돌했고, D 씨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0분 뒤 혈관 손상으로 사망했다. 부 부장판사는 “정 대표와 최 대표가 위험예방 대책을 세우고 작업계획서를 마련해 근로자에게 작업을 지시하며, 해당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키지 않거나 작업지휘자·유도자를 배치해 야드트랙터를 유도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산재를 예방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두 달 뒤 한국허치슨터미널에서 또 안전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해 11월 20일 한국허치슨터미널㈜ 소속 근로자가 크레인을 조종해 컨테이너를 선박에서 야드트랙터로 내려놓는 작업을 했고, B사 소속 근로자 E(당시 57세) 씨는 컨테이너가 야드트랙터에 안착하면 컨테이너 결속용 콘을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날 크레인의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운반 중이던 컨테이너가 E 씨 위에 떨어졌고, E 씨는 다발성 손상으로 즉사했다. 부 부장판사는 “40t 상당 중량물인 컨테이너를 공중에서 운반할 때 크레인의 제동 장치에 이상이 발생하면 추락해 지상의 작업자를 충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정 대표와 윤 대표는 컨테이너 이동 경로에 출입을 통제해 컨테이너가 작업자의 머리 위로 통과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고 판시했다. 부 부장판사는 정 대표가 작업장 안전·보건점검 규정을 어기고,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는 등 근로자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규정을 어긴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부산항 신항에서 발생한 ‘항만 김용균’ 사고의 수사 및 이후 기소·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컨테이너 봉인 상태를 점검하던 20대 검수사가 하역차량이 실수로 컨테이너를 미는 바람에 컨테이너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하청 및 원청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6월께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편 A사의 최 대표는 부산항운노조 취업비리 사건에 연루돼 부산항에 독점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대가로 터미널운영사 측에 수억 원을 준 혐의 등으로 2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박정민 임동우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