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습생 신분 사고사 발생해도
- 현행법상 정식 선원 아닌 탓에
- 정부, 통상임금 70% 기준 보상
- “노동강도 비슷한데 열정페이”
- 학생들, 처우 개선에 한목소리
한국해양대생이 해외에서 승선 실습을 하던 중 숨진 사고(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10면 등 보도)가 발생한 가운데 현행법상 실습 선원은 정식 선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데다 사망 보상금도 정식 선원보다 턱없이 적어 실습생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습 기관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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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승선 실습 중 목숨을 잃은 한국해양대 정모(21) 씨의 유족이 16일 오후 부산 수영구 한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고 조문객을 받고 있다. 김진룡 기자 |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양대 해사경찰학과 재학생인 실습 기관사 정모(21) 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선원법을 적용,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실습 선원이 실습 중 사고로 숨질 경우 졸업 뒤 직급에 해당하는 통상임금의 70%를 받는다. 실습생은 통상 졸업 뒤 3등 항해사 직급을 갖는데 A 씨는 ‘3등 항해사 임금의 70%×1300일’의 보상을 받는 셈이다.
반면 정식 선원은 통상임금의 100%를 적용한다. 선원법 제99조(유족보상)를 보면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직무상 사망했을 때에는 지체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족에게 승선 평균임금의 130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의 유족보상을 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실습생은 정식 선원이 아닌 탓에 보상금에도 큰 차이가 난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원은 업무 중 숨지면 임금 100%를 토대로 보상금을 계산하지만, 실습생은 정식 선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실습생들은 반발한다. 한 실습생은 “실습생이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열정페이’를 받는 것도 모자라 사람의 목숨값도 제대로 정부가 지급하지 않는다면 누가 마음 놓고 근무할 수 있겠느냐”며 “외항선에서 학습이 아니라 다른 선원과 비슷한 노동강도의 근무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해양대 실습생 B 씨가 부산해양수산청 선원 근로감독관실에 “실습기간 6개월 동안 선사로부터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으나, 해수청은 “실습 목적으로 선박에 승선한 진정인은 선원법 규정상 선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승선 실습기간은 최저임금 강제 대상이 아니다”고 회신했다.
통상 해양대 학생들은 ‘선원 훈련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졸업을 앞두고 1년간 실습 항해에 참여한다. 6개월은 국내에서 대학 실습선을, 나머지 6개월은 외항선을 타고 현장 경험을 쌓는다. 한 달에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30만 원 남짓한 돈을 받으면서도 실습보다는 선원 못지않은 업무를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8월부터 순차 시행하는 선원법과 선박직원법 개정안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많다. 개정안에는 실습 선원 휴식 시간 보장, 승선 실습 계약 체결, 실습 선원 운영 실태점검, 위반 시 처벌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양대 학생들은 “만약 외항선 실습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자진 하선’을 선택하면 사실상 부적격자로 분류돼 향후 취업이 어려워지는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묵묵히 견딘다고 해도 ‘을’ 입장에선 위반 행위를 고발하기 어렵다”며 “개정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지 미지수”라고 입을 모은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