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치보여 집 밖을 나오기 힘들다
- 완전 퇴치 때까지 함께 노력해야”
“인터넷을 하다가 코로나19와 관련된 기사를 봤더니 ‘더러운 중국인’이라는 댓글이 있었어요. 중국인도 피해자인데 덮어놓고 욕을 하니 상처가 됐습니다. ‘한국이 발병지였다면 중국 사람도 한국인이 입국하는 걸 싫어했겠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해요. 하지만 덮어놓고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이 상황이 끝나기만 바랍니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원한 코로나19의 감염 공포가 점차 확산하는 데다 다음 달 개강을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 입국까지 시작되면서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을 향한 이유 없는 비난이 쏟아진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지난 2일 입국해 자가격리했다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17일 격리해제된 부산 체류 중국인 유학생 A(여·25) 씨에게 심경을 들어봤다. 부산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조교로 근무 중이다.
A 씨는 지난달 27일 고향인 중국 윈난성으로 갔다. 춘절 연휴를 보내고 상하이를 경유해 한국에 돌아오는 동안 A 씨는 10차례 넘게 체온 검사를 받았다. 김해공항에서도 다른 나라와 분리해 입국 절차를 거쳤고,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다는 확인서에 서명하고서야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한 A 씨에게 학교는 체온계 등 물품을 전달하고 생활수칙을 안내했다. A 씨는 매일 오전 9시 체온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학교에 보고하고, 식품 등 생필품은 인터넷으로 주문해 집 안에서 2주를 지냈다. A 씨는 “매우 답답했지만 4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면서 한국어를 많이 배워서 생활에는 불편한 점이 없었다. 다만 한국어가 서툰 다른 유학생은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유창한 덕에 생활은 편했지만 중국인을 향한 비난, 욕설 댓글을 다 이해할 수 있어 마음의 상처는 컸다. A 씨는 “주변 사람은 잘해주지만 거리에서 타인이 내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게 두렵다. 어머니도 밖에서는 중국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요즘은 퇴근하면 곧장 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A 씨는 아직 한국에 입국하지 않은 유학생 친구에게는 휴학을 권유한다. A 씨는 “지금은 누구를 비난하는 것보다 치료 방법이 개발될 때까지 코로나19가 더 확산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부산에 왔더니 마스크를 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중국인 한국인 가릴 것 없이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현장지원반을 편성, 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9일부터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17개 대학에서 점검을 시작했고, 다음 주부터는 중국인 유학생이 50명 이상 1000명 미만인 105개 대학에서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