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갈수록 심사 대상 줄여
- 내부선 “재량권 운영에 부담”
- 회부 조건 등 가이드라인 필요
부산지역 일선 경찰서의 ‘경미 범죄 심사위원회’ 개최 건수가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벼운 범죄로 인한 전과자 양산을 막고 이른바 ‘현대판 장발장’을 구제하고자 도입된 위원회의 제도적 활성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신문이 24일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부산 15개 경찰서의 경미 범죄심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17년 658명에 달했던 심사 대상 수는 2018년 481명으로 줄었다. 더구나 지난해(3/4분기까지)에는 심사 대상 수가 268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경미 범죄 심사제도’는 2015년 경찰청 시책으로 도입됐으며 부산 15개 경찰서도 이듬해 이에 동참했다. 경찰은 생계형 범죄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를 경찰서장 등 내부위원과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한다. 이후 위원회는 피해자의 피해 정도, 죄질, 전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결심판 혹은 훈방으로 처분을 감경한다.
심사위원회에 회부된 이들은 대부분 감경 처분을 받았다. 경찰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위원회가 심사한 268명 중 258명(전체의 96.2%)이 즉결심판 회부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특히 이들 중 절반이 넘는 152명은 훈방 조처됐다. 북부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 거리 한쪽에 놓아둔 파지가 없어져 신고가 들어왔다. CCTV 등을 확인해보니 같은 동네에 사는 어르신이 파지를 버린 것으로 오해해 가져간 거였다”며 “고의성이 없고 피해 정도가 미미해 감경 처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사 회부 조건 등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제도가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형평성 논란도 인다. A경찰서의 형사과장은 “이 제도는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운용돼 보기에 따라서는 말썽이 생길 수도 있다”며 “제도 시행의 취지를 살리면서 위원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등에 근거를 마련하고, 위원회 가동의 기준을 본청에서 제시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의대 김종오(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률적 근거 없이 (경미 범죄 심사) 제도를 운용하면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만일 이를 놓고 논란이 생기면 심사위에 회부하는 것을 기피할 수 있다”며 “경미 범죄 심사대상, 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