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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3-2> 백 투 더 부산- ‘비용 대비 편익’의 수렁

수요 적다고 필수 인프라 잇단 ‘퇴짜’… 지방 인구빈곤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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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부, 하단~녹산선 사업 제동
- 부산~창원 연결 청사진에 ‘찬물’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속도
- 청년·기업 흡수 블랙홀만 키워

- 서울서 경력 쌓은 20대 배우
- 고향 왔지만 꿈 펼칠 무대 부족
- 결국 고달픈 서울 극단 유턴

- 초등학교 폐교는 소멸의 신호탄
- 함양 서하초 해외연수 등 내걸어
- 지역 인구 늘리기 희망불씨 살려

- 비수도권 자구책 마련 어불성설
- 예타 ‘공공의 가치’에 가중치를

청년과 기업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에선 비교적 쉬운 일이다. 부산을 비롯해 이른바 ‘지방’이라 불리는 비수도권에선 지지리도 어렵다. 투입하는 비용에 견줘 경제적 가치, 즉 혜택을 보는 사람이 적다는 게 핵심 이유다. 사례는 많다.
   
지난달 27일 오전 부산 시민이 사하구 하단동 도시철도역에서 경남 거제시로 출근하기 위해 2000번 버스에 탑승하려고 줄을 서 있다. 이 버스는 부산에서 타 시·도를 오가는 유일한 시내버스로, 출퇴근 시간이면 기점인 하단역에서 이미 만차가 된다. ‘M BUS’로 불리는 광역급행버스가 운행 중인 수도권과 대조적이다. 김종진 기자
■견고해지는 ‘수도권 공화국’

지난해 8월이다.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를 거쳐 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남양주 왕숙지구 3기 신도시를 노선에 포함하는 여부에 따라 ‘비용 대비 편익(B/C)’이 1.0, 0.97로 계산됐다. B/C가 1.0 이상이면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본다. 정부는 GTX-B노선을 건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총길이 80㎞인 GTX-B노선은 내년 착공한다. 국비를 포함해 5조7351억 원이 투입된다. 최고 시속 180㎞에 달하는 급행 전철이 인천 송도~서울을 20분대에 주파한다.

이미 착공해 2023년 개통하는 GTX-A노선은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서울을 관통해 화성 동탄신도시를 잇는다. 역시 경기 양주 덕정에서 서울을 통과해 수원으로 가는 GTX-C 노선도 올해 착공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도시철도에 이어 이젠 급행 전철로 수도권이 빽빽하게 연결된다.

그러잖아도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몰린 좁은 땅에 또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니 사업의 경제성을 맞춰줄 ‘편익’은 충분하다. 이렇게 건설되는 GTX는 비수도권 청년 인구와 기업을 더욱 빨아들일 게 뻔하다. 수도권 공화국은 점점 더 공룡이 된다.

■비수도권 ‘인구 빈곤’ 악순환

대조적 상황은 지난달 벌어졌다.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산시가 서부산권 인구와 교통 수요 증가에 맞춰 추진해온 도시철도 하단~녹산선(14.4㎞) 건설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하단~녹산선은 서부산권의 대표적 숙원 사업이다. 청년 인구가 급증한 강서구 녹산·명지동을 중심으로 서부산권은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기재부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쉽게 말해 혜택을 보는 인구를 고려할 때 투입 비용(1조5000억 원)이 과하다는 논리다. 해법은 간단하면서도 매우 어렵다.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인구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전자는 사업의 애초 취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후자는 인구가 ‘증발’하는 부산에서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다.

특히 하단~녹산선을 경남 창원까지 확장해 광역경제권을 구축하려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은 그물망처럼 촘촘해지는데, 이에 대응해야 할 부산은 인근 경남과 연결할 도시철도 하나 놓는 것조차 어렵다.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은 도로를 뚫고, 광역 전철을 놓고, 대기업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모두 청년을 중심으로 인구를 늘리려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이런 인프라는 ‘사람이 없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청년 날개 꺾는 부산

이러면 부산은 인구를 늘릴 방법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도권으로 청년이 빠져나가는 일도 막을 수 없다. 한 번 부산을 떠난 청년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이유를 잃는다. 청년 졸업생인 1985년생 김지혜A의 삶도 그렇다. 수도권에만 몰린 인프라는 기업과 주택, 교통뿐 아니다. 문화적 토양도 척박하기 그지없다.

김지혜A는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4년제 사립대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26세(2011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서울 마포구의 한 극단에 들어갔다. 서울살이를 버틸 만큼 돈을 벌지는 못했다. 그러나 무대에 설 기회가 서울에서 훨씬 많았다.

짧지만 경력을 쌓은 김지혜A는 27세가 되면서 고향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꿈을 펼칠 만큼 무대가 주어지지 않았다. 부산의 무대 상당수를 서울에서 내려온 극단이 장악했다. 김지혜A는 고향에 정착하려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결국 다시 찾은 건 서울이었다. 김지혜 A는 서울 종로구의 한 극단에서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고정적 벌이가 없는 탓에 영화 스태프, 레크리에이션 강사, 식당 서빙 등 3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부산에 사는 부모님에게 월 100만 원씩 생활비도 받는다. 고달픈 서울살이다. 그래도 김지혜A에겐 고향 부산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꿈을 펼칠 무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눈물겨운 인프라 지키기

비용 대비 편익이라는 잣대는 비수도권을 더 쪼그라들게 한다. 사람이 없어 인프라를 새로 놓거나 유지할 수 없으니, 있던 사람마저 다 떠난다. 서구 아미동을 중심으로 청년이 빠져나간 부산 원도심 동네마다 소멸 위기(국제신문 지난 1월 1일 자 5면 보도)다.

소멸은 이런 순서로 진행된다. 청년이 나가고 아기 울음이 끊긴다. 취학 아동이 급감하고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다. 학교가 없어지는 건 소멸의 신호탄이다. 출산·육아·교육·문화·의료·교통 인프라가 줄줄이 무너진다. 일자리도 씨가 마른다. 동네에 더는 청년이 들지 않는다. 동네를 시작으로 구·군, 나아가 부산은 청년이 꿈꿀 수 없는 도시가 된다. 김지훈·김지혜 씨가 더는 고향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한 가닥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는 비수도권의 노력은 눈물겹다. 경남 함양의 서하초등학교는 지난해 말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려고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전학 오는 가정에 집과 일자리, 입학생에게 해외연수를 제공한다는 조건이다. 도저히 인구를 늘릴 방법이 없는 비수도권은 이처럼 절실한 자구책도 쓴다.

부산연구원 김경수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인구를 늘리기 위해 비수도권이 자구책을 내야 한다는 말만큼 비현실적인 주장은 없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청와대를 부산으로 옮기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죄인 취급당하는 지방

비용 대비 편익의 모순을 막으려는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부산항 신항~김해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비롯해 부산 1개, 경남 2개, 울산 2개 등 비수도권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했다. 대통령령에 명시된 ‘지역 균형발전’이 예타 면제의 근거가 됐다. 비용 대비 편익의 잣대를 들이대면 비수도권에선 할 수 없는 사업들이 포함됐다.

이때 수도권은 비수도권의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토건 부양’ 회귀 ▷정치 논리 앞세워 ‘나눠주기’ ▷‘독이 든 성배’ 꺼내든 정부 ▷정치적 SOC ▷‘예타’ 고삐가 풀렸다 ▷‘토건 경제’ 답습 등이 수도권 신문이 뽑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수도권 역차별을 주장하거나, ‘비용 대비 편익이 떨어지는 사업들이 대거 면죄부를 받았다’는 표현까지 썼다. 수도권이 아니면, 지역의 필수 SOC 인프라를 놓는 것마저 ‘죄’가 되는 세상이다.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는 “예타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비용 대비 편익의 관점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공공의 가치에 가중치를 더 줘야 한다”며 “수도권에 대응할 비수도권의 연대가 필요하다. 부산 울산 경남이 중앙 정부와 협의하든 대기업과 빅딜하든, 연대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함께 사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pear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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